일부 대기업이 소속사 임원들에게 긴급재난지원금(코로나지원금)을 신청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리고 있다. 상위 30%에 해당하는 사회 지도층은 지원금을 받지 말자는 정부의 캠페인에 동참하는 차원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경제연구소, 삼성SDI 등 일부 삼성 계열사가 임원들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기부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부 요청은 인사팀의 전화로 이뤄졌다. 사내게시판 등에 내용을 올리면 SNS나 메신저를 통해 소문이 퍼져나가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회사가 개별 가구에 지급하는 재난지원금까지 건드리느냐는 반발이 일 가능성이 있다”며 “임원 이상 직급자에게만 비공식적으로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이름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기업도 많았다. 한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자칫 정부의 눈치를 보는 기업으로 비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LS그룹처럼 다른 기업들의 동향을 보겠다는 곳도 있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억대 연봉을 받는 임원들은 지원금 수령을 자제하자는 분위기”라며 “회사 차원의 지침을 내릴지는 다른 기업들의 움직임을 본 뒤 결정하겠다”고 했다.

다른 대기업들 역시 공식 반응을 자제하면서도 내부적으론 자연스러운 기부 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관제 기부 캠페인’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기부하지 않는 고소득자를 ‘미성숙 시민’으로 몰아간다는 지적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재정악화를 걱정했다면 처음부터 지급 대상을 축소해야 했다”고 불편해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