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고3 학생의 등교개학을 이틀 앞두고 전국 초·중·고교 학생들의 등교 일정을 1주일씩 전격 연기했다. 서울 이태원 클럽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전국으로 퍼지면서 학교 내 감염을 막기 위한 조치다. 대입을 앞둔 고3 학생들은 중간고사 직후 ‘6월 모의평가’를 봐야 하는데 학사일정이 늦어지면서 학부모와 학생들은 혼란에 빠졌다. 이번주부터 대면강의를 제한적으로나마 시작한 대학들도 이태원발(發) 코로나19 확산에 대면강의 중단을 고심하고 있다.

등교 1주일씩 연기

高3 학사일정 또 꼬여…학부모·학생 혼란
교육부는 11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13일부터 시작하는 전국 초·중·고교 등교개학을 1주일씩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고3 학생들은 5월 20일에, 고2·중3·초등1~2학년·유치원생은 27일 등교한다. 고1·중2·초등3~4학년은 6월 3일, 중1·초등 5~6학년은 6월 8일 등교할 예정이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이태원 일대 클럽 방문자 5517명 중 44%만 조사가 진행돼 감염병 통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확진자들이 전국으로 퍼져 파급력도 상당하다고 보고 등교 연기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교직원들이 이태원 일대를 방문했다면 자진해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것을 촉구했다. 방문 사실을 숨길 경우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법적 대응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교직원과 학생 중 이태원 클럽과 관련한 확진자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학생들의 온라인 자가진단 등을 통해 감염병 전파 상황을 평가한 뒤 추후 등교개학을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박 차관은 “자가진단 조사 내용에 크게 무리가 없다면 1주일 뒤부터 등교개학을 개시하는 데 변동이 없을 것”이라며 “감염병 진정 추세, 학부모 의견 등을 종합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교육부 발표에 앞서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등교개학 운영 지침 발표를 취소하고 “등교개학을 1주일 미뤄달라”고 정부에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이재정 경기교육감, 김병우 충북교육감 역시 등교개학 연기를 촉구했다. 학생·학부모 사이에서도 등교개학 반대 여론이 빗발쳤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등교개학 시기를 미뤄주시기 바랍니다’는 청원이 17만 건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대학들도 대면강의 중단 고심

교육부가 등교개학을 미루면서 고3 학생들의 학사 일정은 ‘논스톱 시험’이 됐다. 14일로 예정된 전국연합학력평가는 20일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5월 말~6월 초 예정된 중간고사도 한 주 더 미루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중간고사 직후에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6월 수능 모의평가’를 치러야 한다. 등교개학이 이보다 더 늦어질 고1, 2 학생들은 등교하자마자 바로 중간고사를 봐야 할 형편이다.

다만 교육부는 수능시험 및 대입 관련 일정이 미뤄지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박 차관은 “5월 말 이전에 등교개학이 시작한다면 대입 일정에는 크게 무리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대입 일정은 더 이상 변경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면강의를 시작한 대학들도 비상이 걸렸다. 11일부터 제한적으로 대면강의를 할 예정이었던 국민대 인천대 등은 대면강의 계획을 전면 취소했다. 이날부터 대면강의를 시작한 고려대, 동국대, 한국외국어대는 물론 이미 대면강의를 시작한 서울대, 한양대 등도 확진자 발생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동국대 관계자는 “교내 공지를 통해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학생은 선별진료소에 다녀오라고 안내하는 등 방역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원어민 강사가 많은 학원가 일대 역시 긴장하고 있다. 영어유치원과 영어교습소에는 “원어민 강사들이 이태원 클럽을 출입했는지 확인해달라”는 학부모들의 요구가 쇄도하고 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한국학원총연합회에 원어민 강사의 동선 파악과 다중이용시설 이용 자제를 다시 한번 부탁했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