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서울시가 ‘익명 코로나 검사’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태원 클럽 방문자 3000여 명이 여전히 연락 두절된 상황으로, 이들의 자발적 검사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서울시는 상황이 악화되면 ‘헌팅포차’ 등 유사 유흥업소뿐 아니라 PC방, 노래방 등에도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강력 대응하기로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1일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에서 “지난달 24일부터 약 2주일간 이태원 클럽을 방문했거나 근처에 있었던 이들에 대해 ‘즉각 검사 이행 명령’을 내린다”고 밝혔다. 이태원 클럽을 방문했는데도 즉각 검사 이행 명령을 지키지 않은 경우엔 2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보건복지부와 경찰청, 통신사 등의 협조를 얻어 당시 이태원 클럽 인근에 있던 사람들의 명단을 확보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문제가 된 이태원 클럽들의 출입자 명단을 대상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지만 대부분 허위 작성된 것으로 드러나 방역에 구멍이 뚫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태원 클럽에서 확보한 명단 5517명 중 2405명은 통화가 됐지만 나머지 3112명은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다.

박 시장은 “신분 노출을 우려해 검사를 망설이는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익명 검사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검사 비용은 무료다.

박 시장은 유흥시설 집합금지 명령 이후 유사 유흥시설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과 관련해 방역 지침을 준수할 것을 강하게 권고했다. 박 시장은 “술을 마시며 춤을 추는 형태의 이른바 ‘헌팅술집’ 등 유사 유흥업소가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해당 업소에 집합금지 명령을 내리고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감염 위험이 크다고 판단되면 PC방, 노래방, 콜센터 등에도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확대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아울러 서울시는 13일부터 출·퇴근시간 등 혼잡한 시간대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승객에 대해선 지하철 탑승을 제한할 방침이다. 지하철 혼잡도(승차정원 대비 탑승객 수)가 150%를 넘으면 마스크 착용을 요청하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역무원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승객의 개찰구 진입을 막는다. 혼잡도 150%는 지하철 한 칸에 240명 정도가 탑승한 수준이다.

하수정/박종관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