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계양구는 베드타운의 오명을 벗고 자족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서운일반산업단지와 계양테크노밸리 등 산업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서운산단과 계양테크노밸리 조성 지역.  계양구  제공
인천 계양구는 베드타운의 오명을 벗고 자족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서운일반산업단지와 계양테크노밸리 등 산업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서운산단과 계양테크노밸리 조성 지역. 계양구 제공
인천 계양구는 삼국시대 고구려·백제·신라의 유물이 동시에 발굴된 계양산을 품고 있다. 특정 국가가 오래 지배하지 않고 삼국이 모두 거쳐간 흔적이다. 백제 건국 초기 미추홀 지역에 속했다. 고구려는 지금의 부평과 계양, 부천을 차지해 주부토군(主夫吐郡)이라는 지명을 사용했다. 1150년 고려 의종 때 안남도호부 청사가 설치됐고, 1215년에 계양도호부로 명칭이 변경됐다. 계양구가 올해 ‘계양정명 805년’이란 슬로건을 앞세우는 근거다. 1968년 인천시 북구로 편입됐으며, 1995년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계양구와 부평구로 분리돼 현재에 이른다.

계양구는 2001년 인천국제공항이 개항하면서 공항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도로, 경인고속도로가 인접한 교통 요충지로 거듭났다. 인천1호선 계양역에서 공항철도를 이용하면 김포국제공항역까지 6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까지 30분이면 도착한다. 계양구는 서울과의 인접성, 공항과 항만의 연결성 등 지리적 환경을 활용해 자족도시로 재도약하고 있다. 박형우 계양구청장은 “문화와 역사가 살아 숨쉬는 도시에 친환경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해 자족도시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기초자치단체가 조성한 첫 서운일반산단

계양구는 산업단지와 기업이 부족해 일자리를 찾아 외지로 떠나는 인구 이탈이 계속돼왔다. 서울 접근성이 뛰어난 교통환경이 오히려 ‘베드타운’으로 전락하는 요인이 됐다. 지방세수가 감소하면서 인천시 기초단체 중 재정자립도가 최하위라는 오명을 갖고 있다. 박 구청장이 2010년 취임 일성으로 ‘경제 자족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일자리 창출이 구의 최대 현안’이라고 선언했던 이유다. 박 구청장은 2018년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3선에 성공했다. 구청 관계자는 “4년마다 치러지는 총선 때 인구조사를 해보면 인구의 약 30%가 전·출입했을 정도로 인구 이동이 심하다”고 말했다.
친환경 첨단 산업단지 속속…"직주근접 자족도시로 도약"
구는 일자리 창출과 세수 확보를 위해 2014년 기초자치단체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서운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시작했다. 약 3600억원을 투입해 서운동 96의 19 일대에 조성한 서운산단(규모 52만4970㎡)은 작년 9월 준공됐다. 친환경 제조업 중심의 공단이다. 계산택지와 인접해 있어 직장생활과 거주가 동시에 가능한 근무환경을 갖췄다. 사업 초기 계획 단계부터 환경에 유해한 업종을 제한하고 컴퓨터 영상, 통신장비, 자동차 부품, 로봇 관련 벤처 등 친환경 기업 위주로 유치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평균 6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거쳐 친환경 기업 70곳의 입주가 진행되고 있다”며 “산업단지가 정상 가동되면 지역경제 활성화와 세수 확충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는 2022년 6월 입주업체가 업무를 시작할 수 있도록 회사 설립과 공장 건립 등 행정 절차를 완료하기로 했다.

계양산단·계양테크노밸리 추가 조성

계양구는 2017년부터 한국산업공단과 함께 병방동에 계양산업단지(24만3294㎡)를 조성하고 있다. 서운산단 입주 분양에서 탈락한 업체들이 입주를 희망하고 있다고 구 측은 설명했다. 역시 친환경 제조업체들 위주다. 2023년 단지 조성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구 관계자는 “계양산단 조성 과정에서 약 1118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1700여 명의 고용유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양테크노밸리(336만㎡)는 지난해 10월 정부의 제3기 신도시 공공주택지구 지정 후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첨단산업단지다. 올해 3월 ‘3기 신도시 기본구상 및 입체적 도시공간계획 공모’를 거쳐 지난달 설계용역을 시작했다. 올 하반기 보상 착수에 들어가고, 내년에 공공주택지구계획 승인을 거쳐 2026년 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박 구청장은 “인천에 15개 산업단지가 있지만 계양구에는 전무한 실정”이라며 “서운·계양산단과 계양테크노밸리가 조성되면 송도 바이오·헬스 클러스터, 남동·주안·부평공단, 서울 마곡과 상암DMC를 연결하는 수도권 서부의 신(新)경인산업축이 완성된다”고 말했다. 계양구가 직주근접형 자족도시로 자리잡아 수도권의 경제중심도시로 변화할 것이란 기대다.

전국 최초의 산성박물관 건립

인천의 대표 명산인 계양산에는 삼국시대 군사 요충지였던 계양산성의 흔적이 남아 있다. 구는 계양산성의 역사적 가치를 확인하기 위해 1997년부터 지표·발굴 조사는 물론 수차례의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2012년 ‘계양산성 정비 기본 계획’을 수립해 1000여 기에 이르는 성내 분묘를 모두 이전하고 유적 내 사유지 매입도 마쳤다. 탐방로 정비와 성벽보수를 단계적으로 하면서 계양산성 복원에 나섰다.

2016년 문화재청에 계양산성에 대한 국가지정문화재(사적) 지정을 신청했다. 2017~2019년 총 다섯 차례 현지 실사와 문화재위원회 검토 과정도 마쳤다. 학술연구용역과 성벽에 대한 정밀조사도 했다. 구 관계자는 “계양산성은 삼국시대에 축조돼 통일신라와 고려시대까지 사용됐다”며 “당시 성곽 축성 기술을 간직하고 있는 사실이 인정돼 지난 2월 23일 문화재청에서 사적으로 지정 예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안에 정부 문화재위원회에서 국가지정문화재로 최종 지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계양구는 계양산 출토유물의 보존, 계양산성에 대한 지속적인 학술조사와 세미나, 주민들의 역사교육 등을 위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산성박물관을 건립했다. 2015년 시작된 산성박물관 건립작업은 지난해 12월 건축설계와 공사를 마치고 유물전시 등 개관을 준비하고 있다. 사업비 111억원을 투입해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연면적 1999㎡)로 세웠다. 박 구청장은 “계양 산성박물관 전시와 문화행사를 활성화해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