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신청’과 ‘기부 동의’를 같은 페이지에 넣도록 한 기존 가이드라인을 바꾸기로 했다. ‘기부 피싱’이라는 일부의 지적을 감안한 조치다. 한 번 기부했으면 취소할 수 없다는 기존 방침도 뒤집어 기부금 취소·변경을 할 수 있도록 별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페이지와 기부금 신청 페이지를 분리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한카드와 하나카드는 이날 오전부터 첫 페이지에서 지원금을 신청하고 나면 다음 페이지에서 기부 신청을 할 수 있도록 기존 페이지를 개편했다.

지원금 신청 하루 만에 지침을 바꾼 것은 국민들이 실수로 기부 동의를 하도록 정부가 유도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면서다. 정부는 당초 지원금 신청 화면과 기부 신청 절차를 분리하지 말고 같은 화면에 넣도록 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카드사에 전달했다.

반면 카드사들은 지원금과 기부 신청란을 분리해야 한다고 수차례 요청했다. 실수로 기부한 사례가 속출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청은 반영되지 않았다.

우려대로 지원금을 실수로 기부했다는 민원이 첫날부터 카드사에 빗발쳤다. 카드사 관계자는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약관과 기부 동의 버튼을 연달아 누르거나, 전체 동의 버튼을 눌러 자동으로 기부했다는 민원이 많았다”고 말했다. 일부 카드사 신청 홈페이지에선 전체 동의 버튼을 누르면 ‘전액 기부’ 버튼도 함께 눌려 지원금을 실수로 전액 기부하는 사례가 잦았다.

신청 첫날인 지난 11일 하루 동안 접수된 긴급재난지원금 기부금액은 1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나카드는 전체 지원금 신청액의 2.5%인 17억원을 기부금으로 받았다. 우리카드(16억원)와 KB국민카드(15억원), NH농협카드(11억원)가 뒤를 이었다.

정부는 ‘한 번 기부하기로 했으면 취소할 수 없다’는 원칙도 바꿔 기부를 취소하거나 금액을 수정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부 당일 이후에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당초 카드사들은 당일 신청분에 한해 밤 11시30분까지 기부금을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