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데이터센터(IDC)에 대한 정부 규제를 강화하는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했다. ‘디지털 강국’ ‘디지털 뉴딜’을 외쳐온 정부·여당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활용을 통한 ‘4차 산업혁명’의 발전을 가로막는 또 하나의 규제를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관련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기본법’ ‘육성법’이 대개 그렇듯이, 이 법의 개정안도 명분은 그럴듯해 보인다. 방송통신 재난으로 인해 IDC가 작동하지 않아 데이터가 소실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디지털 경제’의 핵심 자원인 데이터 보호가 입법 목적으로 명시됐다.

하지만 해당 업계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무엇보다 IDC 설비운영 자료 공유와 설비에 대한 정부의 감독조사권 보장 같은 신설 의무조항이 독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3개 민간단체가 정부에 보낸 공개질의서도 이런 문제점을 먼저 지적했다. 한마디로 IDC의 장비 자체가 영업비밀이자 핵심 경쟁력인데, 이걸 공유하고 감독받으라는 게 말이 되느냐는 항변이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 대부분을 해외 사업자들이 점유하는 데 반해 법적 규제는 현실적으로 국내 업체에만 적용될 것이라는 우려에서 역차별 문제도 제기됐다. 해외 기업과의 공정경쟁을 어렵게 하는 규제법을 우리 국회가 만들어서는 곤란하다. 기존의 정보통신망법에 데이터보호 규정이 있어 중복규제라는 업계 지적도 일리가 있다. 국가의 직접적 지원을 받는 ‘기간통신사업자’나 ‘방송사업자’와 민간이 운영하는 IDC는 역할과 기능, 의무까지 다를 수밖에 없다. ‘재난관리 대상’이라며 한 틀에 묶어 관리하겠다는 입법 취지부터 문제가 있다.

‘디지털 경제’를 키우려면 민간이 마음껏 뛸 수 있게 하고, 정부는 가급적 지켜보는 게 좋다. 드론 등 신기술·신산업에서 ‘네거티브 규제시스템’ 위주인 중국에서 배울 점이 적지 않다. ‘선한 의도’가 강조되지만 결과가 그대로 된다는 보장이 없고, 부작용도 적지 않은 게 규제입법의 한계다. 불과 보름 남은 20대 국회가 이런 규제 대못을 더 치겠다는 것도 적절치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