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중국과 맺은 1단계 무역합의와 관련, 재협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중국이 미국 제품 구매 약속을 지키지 못해 합의가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중국이 구매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압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무역협상을 재개하고 싶어한다는 보도가 있다. 관심 있느냐'는 질문에 "조금도 관심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미 합의에 서명했다"며 "그들(중국)이 서명한 합의를 지킬지 지켜보자"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수십년간 미국을 이용해왔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중국은 지난 1월15일 미국과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하면서 올해와 내년에 미국 제품을 2017년 대비 총 2000억달러어치 더 구매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올해 767억달러, 내년에 1233억달러어치의 미국 제품을 더 수입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중국 내 수요가 감소하면서 합의 이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8일 보고서에서 미·중 1단계 합의 이행을 위해선 중국이 올해 미국 제품 1866억달러어치를 수입해야하지만, 올해 실제 수입액은 57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1단계 합의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무역합의를 파기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또 지난 6일 "중국이 1단계 합의를 지키고 있는지에 대해 1,2주뒤 쯤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무역합의 위반'을 빌미로 1단계 무역합의를 파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기자회견에서 무역문제외에도 중국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한 기자가 '중국 해커가 백신 개발 기술을 훔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우려하느냐'고 질문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식으로 답한 뒤 "나는 중국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중국계 미국 기자와 '말다툼'을 벌이다 회견을 중단해버리기도 했다. 미 CBS 방송의 웨이자 장 기자가 '당신은 미국이 다른 나라보다 검사를 많이 했다고 강조하는데, 그 것이 왜 중요하느냐, 매일 미국인이 죽어가는데 왜 이걸 국제적 경쟁으로 보느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건 중국에 물어봐야할 질문"이라고 신경질적으로 답했다.

이어 기자가 '왜 나를 콕 집어 말 하느냐'고 따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못된 질문을 하는 누구에게도 나는 이렇게 말한다"고 답했다. 이어 CNN 기자를 질문자로 지정했다가 갑자기 회견을 끝내겠다며 질문을 받지 않고 나가버렸다.
이와관련, 올해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율이 하락하자 '중국 때리기'로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