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중앙은행인 영국은행(BOE·사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현재 연 0.1%인 기준금리를 마이너스금리까지 낮출 수 있다는 뜻이다.

BOE의 벤 브로드벤트 통화정책 담당 부총재는 12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인 CNBC와 인터뷰에서 “경기하방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필요한 일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통화완화정책이 필요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모든 잠재적인 정책수단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브로드벤트 부총재의 설명이다.

영국은행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3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연 0.1%까지 낮췄다. 영국은행은 지난 3월11일 기준금리를 기존 연 0.75%에서 연 0.25%로 0.5%포인트로 인하했다. 이어 같은 달 19일에 기준금리를 연 0.25%에서 연 0.1%로 0.15%포인트 낮췄다. 연 0.1%는 1694년 영국은행이 설립된 이래 가장 낮은 기준금리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영국 경제가 1929년 대공황 때보다 더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중앙은행은 스웨덴을 비롯해 유럽중앙은행(ECB), 일본, 스위스, 덴마크 등이다.

영국은행은 지난 7일 내놓은 경제전망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1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1709년 이래 311년만의 최악의 감소폭이다. 이마저도 코로나19에 따른 봉쇄조치가 다음달부터 단계적으로 완화된다는 전제에 따른 것이다.
자료=BBC
자료=BBC
다만 일주일 뒤에 열린 3월 정례회의와 이달 5일 열린 정례회의 등 두 차례 열린 통화정책위원회(MPC) 정례회의에선 기준금리를 연 0.1%로 동결했다. 다만 MPC는 국채와 회사채 등 보유채권 잔액을 2000억파운드(약 302조3000억원) 늘리는 작업을 계속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채권매입 프로그램 규모를 6450억파운드(975조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해 기업의 차입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다.

브로드벤트 부총재는 마이너스금리 도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해서 고민해왔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기준금리 인하가 수요를 자극할 수 있지만 은행들에게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 따른 효과를 따져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