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경DB
지난 1월 2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경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만나 차세대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개발 등에 대해 논의한다. 두 사람이 공개적으로 별도 회동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그룹 최고경영진이 삼성 사업장을 방문한 전례도 없다.

13일 산업계에 따르면 정 수석부회장은 이날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찾는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사장)과 서보신 현대차 상품담당 사장 등이 동행한다. 삼성에서는 이 부회장 외 전영현 삼성SDI 사장, 황성우 삼성종합기술원 사장 등이 배석한다.

현대차그룹 경영진들은 삼성SDI 및 삼성종합기술원 담당 임원으로부터 글로벌 전고체 배터리 기술 동향과 삼성의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현황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 관련 내용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양사 경영진은 사업장 내 전기차용 배터리 선행 개발 현장도 둘러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세계 최고 성능의 전기차에 필요한 배터리 성능 구현을 위해 연관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며 "이번 방문은 차세대 배터리 기술 방향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신기술 현황 등을 공유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의 전고체 배터리는 구조적으로 단단하고 안정화돼 가고 있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 중 하나"라며 "모빌리티 분야에서의 혁신을 위해 양사 간 협력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의 만남을 '파격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두 사람은 아직까지 공개적인 장소에서 개별 회동을 한 적이 없다. 현대·기아차는 아직 삼성SDI 배터리를 쓰지 않고 있다. 삼성이 1990년대 완성차사업에 뛰어든 이후 두 그룹 사이에 미묘한 긴장관계가 있다는 얘기가 일각에서 나올 정도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미래차 시장을 선점하기 한국의 1, 2위 기업이 협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은 사석에서 친밀한 사이로 알고 있다"며 "두 사람이 미래를 위해 손을 잡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