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영 정의연 이사장 "악의적 보도 대응 위해 다수 회계사에 검증받을 것"
시민들 '사랑합니다' 손팻말들고 지지…인근서는 보수 단체 '맞불시위'도
'수요시위' 지키는 수요시위…"더 크게 연대, 꿋꿋하게 행동"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를 둘러싼 기부·후원금 관리 논란 속에 13일 열린 수요시위에서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정의연에서는 개인적 자금횡령이나 불법유용은 절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정오께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천439차 정기 수요시위는 모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였지만, 참석자들의 표정은 무거웠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부실회계 의혹 등과 관련해 "매년 변호사와 공인회계사로부터 회계감사를 받아 매번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받았다.

다만 국세청 시스템 공시 입력과정에서 아주 약간의 실수가 있었지만 국세청 재공시 명령에 따라 바로잡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이어 "우리의 투명성을 다시 한번 입증하고 악의적 왜곡 보도에 대한 정면 대응을 위해 다수의 공인회계사에게 기부금 사용내역에 대해 검증받도록 하겠다"며 "정의연은 기부금 사용에 있어 불법적인 유용이나 횡령이 없음을 명확히 말씀드린다"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정의연을 향해 이뤄지고 있는 일부 언론의 악의적인 왜곡 보도는 시민사회 전반에 대한 탄압이자 평화운동, 인권운동, 여성운동, 민족운동, 모든 운동에 대한 탄압 행위"라며 "우리는 더 크게 연대하고 꿋꿋하게 행동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수요시위는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92) 할머니가 이달 7일 "정의연이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후원금을 쓰지 않고 있다", "수요시위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등 주장을 해 파문이 인 뒤 처음 열렸다.

최근 정의연과 그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를 둘러싼 의혹이 잇달아 제기되면서 이날 수요시위에는 취재진 100여명이 몰려 집회 장소 주변을 가득 메웠다.

그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온라인으로 시위에 참여했던 시민들 중 수십명도 '사랑합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현장을 찾았다.

이들은 서로 힘을 보태자는 의미로 손뼉을 치며 응원하기도 했다.

시민 2천여명은 유튜브 중계를 통해 시위에 참여했다.

시위를 주관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성명서에서 "30년 운동 역사를 짓밟기 위해 악의적으로 진실을 부정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며 "악의적인 왜곡,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 인권침해를 당장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정의연은 여성평화인권운동 단체로서 정부 지원에서 소외된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모금하고 부족하나마 피해자 지원활동을 했다"며 "정부의 역할을 민간이 스스로 모금하고 한 것이다.

어떠한 공격도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구본기 더불어시민당 최고위원도 참석해 지지를 표했다.

정 의원은 "우리 사회에는 역사 왜곡을 바로잡으려고 하는 노력을 폄하하고 왜곡하려고 하는 세력이 너무 많다"며 "지지와 연대의 마음을 전하고자 왔다"고 말했다.

보수 성향 단체의 맞불 집회도 주변에서 열렸다.

앞서 '수요시위가 아이들에게 왜곡된 역사의식과 지나친 반일 감정을 조장하며 정서적으로 학대하고 있다'며 윤미향 전 정의연 이사장을 고발한 반일동상진실규명공동대책위원회 등은 수요시위에 반대하는 시위를 이어갔다.

자유의바람, 자유대한호국단, 턴라이트 등은 지난 총선 때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윤 전 이사장의 사퇴와 정의연 해산을 촉구했다.

일부 시위자들과 개인 방송자(유튜버)들이 정의연을 향해 비난 목소리를 내면서 곳곳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다만, 경찰이 이들을 즉각 제지하면서 별다른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