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차량공유 업체인 우버가 미국 2위 음식 배달업체 그럽허브(시장점유율 31%) 인수에 나섰다. 우버는 2014년 자회사인 우버이츠를 설립해 음식 배달시장에 뛰어들었고 시장점유율 3위(21%)를 유지해 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우버의 본업인 차량공유 사업이 직격탄을 맞자 그럽허브 인수를 통해 부업인 음식 배달업을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이번 인수가 성사되면 미 배달업계 2, 3위 간 합병 사례가 된다. 시장점유율이 50%를 넘는 거대 업체가 탄생한 뒤 관련 시장 지형을 뒤흔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우버가 그럽허브 지분 100%를 인수하기 위한 세부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르면 이달 중 인수합병(M&A)이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우버가 그럽허브에 인수 제안을 냈던 건 지난 1월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정확한 인수 제안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럽허브는 자사 주식 1주당 우버 주식 2.15주를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전날 뉴욕증시에서 거래된 우버 종가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총 61억달러(약 7조4737억원) 규모다.

재무적인 측면에서 우버가 그럽허브를 인수하는 데 별 어려움은 없을 것이란 게 M&A업계의 설명이다. 우버 시가총액이 540억달러로 그럽허브의 열 배가 넘는 데다 현금성 자산도 82억달러를 갖고 있어서다. 이번 인수 추진 소식이 전해지자 그럽허브 주가는 이날 33% 폭등했다. 뉴욕증권거래소는 그럽허브의 주식 거래를 장중 세 차례나 일시정지시켰다.

우버가 그럽허브 인수에 적극 나선 것은 주력 사업인 차량공유 서비스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우버는 올해 1분기에 29억400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손실 규모가 작년 동기 대비 169.7% 늘어났다. 자사 서비스 차량의 운행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 넘게 줄었다.

반면 자회사인 우버이츠는 급성장하고 있다. 1분기 중 우버이츠를 통해 음식을 주문한 금액은 총 46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늘었다. 우버이츠가 모기업 차량공유 사업의 공백을 메워줄 대안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배경이다. 우버는 그럽허브 인수를 통해 수수료 경쟁을 지양하고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음식 배달업 시장에서 2, 3위를 달리는 기업 간 합병이 성사되면 점유율이 52%에 달하는 대형사가 탄생하게 된다. 미국판 ‘배달의민족’이 나오는 셈이다. 이 때문에 반독점법 위반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다만 로이터는 “반독점 논란과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결국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