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쇼트로 수익률 26%
"헤지펀드, 향후 자산시장 주도"
한투, 2008년 싱가포르社 설립
국내社 철수에도 "10년후 보자"
AP펀드, 6년간 시장평균 웃돌아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은 12년 전 싱가포르에 국내 최초로 헤지펀드를 설립하는 이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주식 롱쇼트로 3년 수익률 26%
키아라어드바이저는 키아라AP펀드를 한국시장에 내놓기로 결정하고 조만간 국내 주요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판매에 나선다. 키아라어드바이저는 2014년 9월 키아라AP펀드를 설정한 뒤 6년째 운용하고 있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주요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이 투자 대상이다. 투자국별 비중은 작년 말 기준 한국 42%, 중국 28%, 홍콩·마카오 13%, 대만 9% 등이다. 저평가된 기업주식은 매수(롱)하고, 고평가된 주식은 공매도(쇼트)하는 ‘롱쇼트 전략’을 구사한다.
최근 3년간 누적수익률은 25.9%로 벤치마크(비교 대상 지수) 대상인 다른 아시아태평양 지역 롱쇼트 헤지펀드 성과(평균 5.2%)를 크게 웃돌았다. 올해도 지난 4월 말까지 수익률 3.2%로 선방 중이다. 펀드 운용 규모는 2월 말 2억달러(약 2450억원)를 넘어섰다. 설정 이후 누적수익률은 38.9%다.
남궁성 키아라어드바이저 대표는 “펀드 설정 직후부터 지금까지 자체 리서치인력이 투자대상 기업을 발굴하는 ‘보텀업’ 투자전략을 쓰고 있다”며 “메자닌(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 등 채권을 편입하거나 투자지역을 바꾸지 않고 주식 롱쇼트 전략만으로 시황변동과 무관한 절대수익을 추구한 게 좋은 성과를 낸 비결”이라고 말했다.
당초 키아라어드바이저는 올초부터 미국 유럽 중동 등 글로벌 기관에 판매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 세일즈가 여의치 않자 한국시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직접 청약뿐 아니라 사모재간접펀드 편입을 통한 판매방식도 검토 중이다.
김남구의 헤지펀드 외길 빛 보나
키아라어드바이저는 해외에 설립한 자회사 중 김남구 회장이 가장 애착을 가진 회사로 꼽힌다. 김 회장은 한국금융지주 사장 시절인 2000년대 중반부터 헤지펀드가 자산운용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아시아 헤지펀드 중심지인 싱가포르에 헤지펀드 운용사 설립을 추진했다. 2008년 2월 미국 헤지펀드운용사인 아틀라스캐피털과 합작해 ‘케이아틀라스(K-Atlas)’를 세웠다. 국내 금융회사가 해외에 직접 헤지펀드운용사를 설립한 첫 사례였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케이아틀라스는 큰 손실을 입었다. 합작사인 아틀라스는 철수하고, 한국금융지주는 키아라어드바이저를 통해 ‘키아라캐피탈 펀드’를 운용했다.
이후에도 싱가포르 헤지펀드 사업은 많은 고비를 맞았다. 그때마다 김 회장은 “헤지펀드 사업은 앞으로 10년은 지켜보자”며 버텼다. 2009년부터 한국투자증권 싱가포르 법인을 총괄해온 남궁 대표를 키아라어드바이저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하고, 2014년엔 국민연금과 싱가포르 헤지펀드운용사 등지에서 경력을 쌓은 김성욱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영입하는 등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키아라AP펀드가 안정적인 성과를 내자 한국금융지주의 헤지펀드 사업은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궁 대표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해외에서도 펀드를 판매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헤지펀드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