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 통해 MRI 해상도 높이고 2차전지 효율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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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롱코리아포럼2020
(2) 양자컴 시대 개척자들
국내 학자들이 뛴다
(2) 양자컴 시대 개척자들
국내 학자들이 뛴다
김도헌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반도체 양자점’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고 있다. 반도체 양자점은 자유롭게 뛰노는 전자를 못 움직이게 가둔 뒤 전자가 가진 자기장의 방향(스핀)을 이용해 양자컴의 연산 기본 단위인 큐비트(0이면서도 1)를 만드는 방식이다. ‘스핀 큐비트’ 양자컴이라고도 한다. 이 스핀 큐비트를 채워넣은 보온병 모양의 실린더를 프리지(초저온 냉장고)에 넣어 수개월간 제어계측을 반복한다. 13일 방문한 김 교수 실험실에서는 프리지가 굉음을 내며 24시간 작동하고 있었다. 여러 모니터 화면에 갇힌 전자들, 일명 ‘양자점’이 보였다. 특수 헬륨가스로 냉각 중인 프리지 온도 계측기는 영하 273도 안팎을 숨 가쁘게 오갔다.
양자컴, MRI 업그레이드 가능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며 양자컴 개발에 몰두하는 학자들이 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투자를 받아 연구 중인 김 교수는 올해 말까지 스핀 큐비트 3개 제어에 성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텔이 투자한 네덜란드 소재 스타트업 큐테크와 공동연구 중이다. 그는 ‘다이아몬드 점결함’ 방식의 양자컴퓨터도 이동헌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와 함께 개발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점결함 역시 스핀 큐비트 양자컴을 구현하는 기술 중 하나다. 다이아몬드 내 탄소 원자 하나를 뺀 구멍에 질소를 결합해 큐비트를 만든다. 레이저 등 광학장비로 큐비트를 가둔다는 점에서 이온트랩 방식과 비슷하다. 다이아몬드 점결함은 자기공명영상(MRI) 장치 해상도를 더 높일 수 있는 원천기술로 알려졌다. LG전자가 이 기술과 관련해 김 교수와 공동 연구를 검토하고 있다.
정연욱 성균관대 나노과학기술원 교수는 양자컴의 트랜지스터인 ‘조셉슨 소자’ 관련 국내 최고 권위자다. 김도헌 교수와 함께 국내 대표적인 양자컴 실험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서울대 물리학과 재학시절부터 양자컴 연구에 몰두해왔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양자기술연구소에서 15년간 근무하다 지난달 성균관대로 옮겼다. 정 교수는 “글로벌 경쟁에서 한국이 도태되지 않으려면 대학과 연구소, 기업 간 양자컴 개발 협업 체계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료전지 촉매 성능 개선도
김태현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이온트랩 방식 양자컴을 연구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투자한 아이온큐의 공동 창업자인 김정상 듀크대 교수의 제자다. SK텔레콤에서 양자암호를 연구하던 김태현 교수는 2018년 서울대에 부임했다. 그는 “아이온큐가 최근 11개 이온 큐비트를 평균 97.5~99.5% 신뢰도로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며 “10년 안에 실제 쓸 수 있는 이온트랩 양자컴이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구 KAIST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ITRC(대학정보통신기술연구센터) 센터장은 IBM과 협업하며 양자컴 생태계를 일구고 있다. ITRC엔 KAIST를 비롯해 서울대, 고려대, 경희대, KT,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캐나다 토론토대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현재 슈퍼컴퓨터는 화학적 시뮬레이션이 한계에 달했다”며 “신약 후보물질 발굴 분야에서 양자컴이 점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자동차와 공동 연구도 진행 중이다. 2차전지인 수소연료전지 촉매 효율을 높이는 설계 기술이 양자컴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센터장은 “비용 측면에서 볼 때 AI 알고리즘은 양자 알고리즘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AI 알고리즘과 양자컴은 ‘최적화’를 추구하는 점에서 똑같다. 그러나 전력 소모량과 속도 등을 볼 때 양자컴이 더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구글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1억 배 빠른 컴퓨터’라고 소개한 D-웨이브2X의 소비전력은 25㎾로 일본의 최고성능 슈퍼컴퓨터 ‘케이’의 500분의 1에 불과하다.
광합성, 철새 이동에도 양자컴 원리가?
식물 광합성에도 양자컴의 원리인 양자 효과(중첩과 얽힘)가 들어있을까. 이진형 한양대 물리학과 교수는 이런 양자생물학(퀀텀바이올로지)을 국내에서 창시했다. 식물은 빛을 받으면 에너지가 들뜬 상태의 ‘준입자’인 엑시톤을 생성한다. 엑시톤은 전자와 정공(전자가 차 있지 않은 구멍)이 정전기적 인력으로 결합된 상태를 말한다. 식물은 이 엑시톤을 ‘광합성 공장’인 리액션센터에 보내 생명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데 변환 효율이 95%가량이다. 에너지 손실이 거의 없는 셈이다.
이 교수는 “이런 ‘완벽에 가까운’ 에너지 수송 효율은 (최적화를 유도하는) 양자 효과 때문에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약한 지구 자기장을 감지하며 최적의 서식지를 찾아 이동하는 철새의 움직임 등에도 양자 효과가 있을 것이란 가설을 세우고 이를 규명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양자컴, MRI 업그레이드 가능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며 양자컴 개발에 몰두하는 학자들이 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투자를 받아 연구 중인 김 교수는 올해 말까지 스핀 큐비트 3개 제어에 성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텔이 투자한 네덜란드 소재 스타트업 큐테크와 공동연구 중이다. 그는 ‘다이아몬드 점결함’ 방식의 양자컴퓨터도 이동헌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와 함께 개발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점결함 역시 스핀 큐비트 양자컴을 구현하는 기술 중 하나다. 다이아몬드 내 탄소 원자 하나를 뺀 구멍에 질소를 결합해 큐비트를 만든다. 레이저 등 광학장비로 큐비트를 가둔다는 점에서 이온트랩 방식과 비슷하다. 다이아몬드 점결함은 자기공명영상(MRI) 장치 해상도를 더 높일 수 있는 원천기술로 알려졌다. LG전자가 이 기술과 관련해 김 교수와 공동 연구를 검토하고 있다.
정연욱 성균관대 나노과학기술원 교수는 양자컴의 트랜지스터인 ‘조셉슨 소자’ 관련 국내 최고 권위자다. 김도헌 교수와 함께 국내 대표적인 양자컴 실험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서울대 물리학과 재학시절부터 양자컴 연구에 몰두해왔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양자기술연구소에서 15년간 근무하다 지난달 성균관대로 옮겼다. 정 교수는 “글로벌 경쟁에서 한국이 도태되지 않으려면 대학과 연구소, 기업 간 양자컴 개발 협업 체계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료전지 촉매 성능 개선도
김태현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이온트랩 방식 양자컴을 연구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투자한 아이온큐의 공동 창업자인 김정상 듀크대 교수의 제자다. SK텔레콤에서 양자암호를 연구하던 김태현 교수는 2018년 서울대에 부임했다. 그는 “아이온큐가 최근 11개 이온 큐비트를 평균 97.5~99.5% 신뢰도로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며 “10년 안에 실제 쓸 수 있는 이온트랩 양자컴이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구 KAIST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ITRC(대학정보통신기술연구센터) 센터장은 IBM과 협업하며 양자컴 생태계를 일구고 있다. ITRC엔 KAIST를 비롯해 서울대, 고려대, 경희대, KT,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캐나다 토론토대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현재 슈퍼컴퓨터는 화학적 시뮬레이션이 한계에 달했다”며 “신약 후보물질 발굴 분야에서 양자컴이 점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자동차와 공동 연구도 진행 중이다. 2차전지인 수소연료전지 촉매 효율을 높이는 설계 기술이 양자컴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센터장은 “비용 측면에서 볼 때 AI 알고리즘은 양자 알고리즘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AI 알고리즘과 양자컴은 ‘최적화’를 추구하는 점에서 똑같다. 그러나 전력 소모량과 속도 등을 볼 때 양자컴이 더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구글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1억 배 빠른 컴퓨터’라고 소개한 D-웨이브2X의 소비전력은 25㎾로 일본의 최고성능 슈퍼컴퓨터 ‘케이’의 500분의 1에 불과하다.
광합성, 철새 이동에도 양자컴 원리가?
식물 광합성에도 양자컴의 원리인 양자 효과(중첩과 얽힘)가 들어있을까. 이진형 한양대 물리학과 교수는 이런 양자생물학(퀀텀바이올로지)을 국내에서 창시했다. 식물은 빛을 받으면 에너지가 들뜬 상태의 ‘준입자’인 엑시톤을 생성한다. 엑시톤은 전자와 정공(전자가 차 있지 않은 구멍)이 정전기적 인력으로 결합된 상태를 말한다. 식물은 이 엑시톤을 ‘광합성 공장’인 리액션센터에 보내 생명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데 변환 효율이 95%가량이다. 에너지 손실이 거의 없는 셈이다.
이 교수는 “이런 ‘완벽에 가까운’ 에너지 수송 효율은 (최적화를 유도하는) 양자 효과 때문에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약한 지구 자기장을 감지하며 최적의 서식지를 찾아 이동하는 철새의 움직임 등에도 양자 효과가 있을 것이란 가설을 세우고 이를 규명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