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140곳→50곳→140건' 정의연의 오락가락 해명
‘140곳→50곳→140건.’

‘맥줏집 3300만원 지출’ 의혹에 관한 정의기억연대의 해명이 날마다 오락가락이다. 2018년 정의연이 서울의 한 맥줏집에 기부금 3339만원을 지출했다는 한국경제신문 보도가 처음 나간 지난 11일. 그날 저녁 정의연은 “3300만원은 2018년 140곳에 쓴 모금사업비 총액”이라고 해명했다. 2018년 140곳에 사업비를 쓰고 맥줏집 한 곳을 대표 지급처로 공시했다는 것이다.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도 12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140곳에 사업비를 지출했고 그 총액이 3339만원”이라고 했다.

밤이 되자 해명은 달라졌다. 정의연은 12일 저녁 성명서를 내고 “3300만원은 50곳에 지급한 지출 총액”이라고 말을 바꿨다. 알고 보니 140곳에서 쓴 게 아니라 50곳에서 결제한 건수가 140건이란 것이다. 지급처와 지급 건수를 혼동한 셈이다. 이런 기초적인 실수에도 정의연은 “회계처리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사용처 50곳이 어디인지는 여전히 밝히지 않으면서 말이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도대체 기부금이 어디에 쓰였느냐”는 의혹이다. 기부금 사용 내역을 명명백백 밝히면 끝날 일이다. 정의연 측은 부실회계 의혹에 “시민단체가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전혀 모르는 분들의 문제 제기”라고 했다. 국세청이 재공시를 요구할 예정이고 회계 전문가들도 부실 회계라고 지적하는데, 모든 의혹을 엉뚱하게도 “친일 세력의 공세”라고 몰아붙인다. 기부금 유용 의혹을 처음 제기한 건 야당도 언론도 아니다.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92) 입에서 처음 나왔다. 이 할머니도 친일 세력이라는 말인지.

“기부금 사용 내역을 밝히자”는 언론의 지적은 정의연의 정체성을 훼손하려는 게 아니다. 그동안 ‘깜깜이’로 운영하던 시민단체 활동을 투명하게 하자는 얘기다. 기부금 지출 내역이 불분명하면 누가 시민단체에 기부를 하겠는가.

정의연은 각종 의혹 제기에 ‘우리는 옳은 일을 하는데 왜 작은 걸로 흠집을 내느냐’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일을 하더라도 투명성과 도덕성을 잃은 시민단체는 지속되기 어렵다.

기부금 내역을 제대로 공시하지 않는 것은 정의연만의 문제가 아니다. 100만원 이상 쓸 때 사용처를 적도록 돼 있지만 이를 지키는 시민단체는 거의 없다.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국세청 관계자는 “시민단체까지 들여다볼 인력이 없다”고 말했다.

국세청이 기업과 자영업자를 조사하는 노력의 일부라도 시민단체에 쏟았으면 이런 사태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는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