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부적격 당첨돼도 계약금 돌려받는다 [집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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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순위 안 되는 줄 모르고 청악했다 계약금 몰취
"잦은 법 개정이 원인…시행사도 청약제도 혼선"
"잦은 법 개정이 원인…시행사도 청약제도 혼선"
아파트 청약에서 부적격 자격으로 당첨됐다가 분양계약이 취소된 이들에게 위약금을 물릴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청약제도의 잦은 개편으로 발생한 혼선을 부정 청약으로 간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후죽순으로 진행되던 유사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본지 2018년 11월19일자 A27면 참조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0민사부(김형석 부장판사)는 아파트를 분양받았다가 뒤늦게 당첨이 취소되고 계약금도 몰취당한 A씨의 ‘수분양자지위확인 등에 관한 소송’에서 지난 8일 이같이 판결했다. 시행사가 분양계약금을 돌려주고 이자까지 지급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A씨는 2017년 11월 부산 동래구의 한 아파트에 1순위로 청약해 당첨됐다. 지난해 1월까지 옵션 등을 포함한 분양가 5억6000만원 가운데 계약금과 중도금 등 2억2400만원을 냈다. 그런데 지난해 초 이 아파트 시행사로부터 돌연 계약이 해지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A씨가 부적격 당첨자인 사실을 뒤늦게 파악했다는 게 이유였다. 시행사는 한 술 더 떠서 계약금 5000여 만원은 돌려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A씨가 부산의 다른 지역 재개발 조합원이란 게 문제로 작용했다. 2003년 지분을 취득해 2016년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구역이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은 이처럼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정비구역 조합원이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에선 5년 동안 1순위로 청약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시 동래구는 조정대상지역이었다. 1순위 자격이 없었던 A씨가 1순위로 청약해 당첨됐기 때문에 부적격으로 분류됐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 같은 조항은 분양 1년 전인 2016년 ‘11·3 대책’에서 신설됐다. 시행사는 이를 근거로 분양가의 10%인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몰취한다는 안내문을 A씨에게 보냈다. 그러나 법원은 이에 대해 부당하고 과중한 손해배상의무라고 봤다. A씨에게 1순위 청약자격이 없다는 사실이 전산으로 관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해당 구청장이 당시 청약 전산관리지정기관인 금융결제원에 조합원 명단을 제때 통보했다면 공급계약 자체가 체결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자동으로 부적격자가 걸러지는 시스템인 점을 고려하면 청약자가 고의로 1순위 청약을 할 이유는 없었다”고 판시했다. 공공기관의 잘못으로 인해 계약이 체결된 경우까지 청약자에게 위약금을 부담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법원은 청약제도가 잦은 개정을 거쳤다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사업주체조차 청약자가 청약제도의 어떤 규정을 위반해 부적격 당첨이 됐는지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며 “전문가가 아닌 청약자로선 자격에 제한이 있다는 점을 알기 어렵다”고 짚었다.
서울에선 이 같은 사례가 어렷 나왔다. 신길뉴타운의 경우 2018년 지구 안에서만 비슷한 이유로 5명이 분양계약을 해지당하고 계약금도 몰취됐다. 행정 착오로 졸지에 새 아파트를 잃은 당첨자들은 웃돈은 물론 수천만원의 계약금도 날렸다. 집들이 계획을 세우는 와중에 계약이 해지된 경우도 있다.
문성준 법률사무소 한유 변호사는 “불공정행위를 해온 시행사나 조합들의 관행에 제동이 걸린 것”이라며 “유사 사건의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본지 2018년 11월19일자 A27면 참조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0민사부(김형석 부장판사)는 아파트를 분양받았다가 뒤늦게 당첨이 취소되고 계약금도 몰취당한 A씨의 ‘수분양자지위확인 등에 관한 소송’에서 지난 8일 이같이 판결했다. 시행사가 분양계약금을 돌려주고 이자까지 지급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A씨는 2017년 11월 부산 동래구의 한 아파트에 1순위로 청약해 당첨됐다. 지난해 1월까지 옵션 등을 포함한 분양가 5억6000만원 가운데 계약금과 중도금 등 2억2400만원을 냈다. 그런데 지난해 초 이 아파트 시행사로부터 돌연 계약이 해지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A씨가 부적격 당첨자인 사실을 뒤늦게 파악했다는 게 이유였다. 시행사는 한 술 더 떠서 계약금 5000여 만원은 돌려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A씨가 부산의 다른 지역 재개발 조합원이란 게 문제로 작용했다. 2003년 지분을 취득해 2016년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구역이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은 이처럼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정비구역 조합원이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에선 5년 동안 1순위로 청약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시 동래구는 조정대상지역이었다. 1순위 자격이 없었던 A씨가 1순위로 청약해 당첨됐기 때문에 부적격으로 분류됐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 같은 조항은 분양 1년 전인 2016년 ‘11·3 대책’에서 신설됐다. 시행사는 이를 근거로 분양가의 10%인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몰취한다는 안내문을 A씨에게 보냈다. 그러나 법원은 이에 대해 부당하고 과중한 손해배상의무라고 봤다. A씨에게 1순위 청약자격이 없다는 사실이 전산으로 관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해당 구청장이 당시 청약 전산관리지정기관인 금융결제원에 조합원 명단을 제때 통보했다면 공급계약 자체가 체결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자동으로 부적격자가 걸러지는 시스템인 점을 고려하면 청약자가 고의로 1순위 청약을 할 이유는 없었다”고 판시했다. 공공기관의 잘못으로 인해 계약이 체결된 경우까지 청약자에게 위약금을 부담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법원은 청약제도가 잦은 개정을 거쳤다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사업주체조차 청약자가 청약제도의 어떤 규정을 위반해 부적격 당첨이 됐는지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며 “전문가가 아닌 청약자로선 자격에 제한이 있다는 점을 알기 어렵다”고 짚었다.
서울에선 이 같은 사례가 어렷 나왔다. 신길뉴타운의 경우 2018년 지구 안에서만 비슷한 이유로 5명이 분양계약을 해지당하고 계약금도 몰취됐다. 행정 착오로 졸지에 새 아파트를 잃은 당첨자들은 웃돈은 물론 수천만원의 계약금도 날렸다. 집들이 계획을 세우는 와중에 계약이 해지된 경우도 있다.
문성준 법률사무소 한유 변호사는 “불공정행위를 해온 시행사나 조합들의 관행에 제동이 걸린 것”이라며 “유사 사건의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