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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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정년 연장의 여파로 청년층 고용이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연령층간 일자리 다툼이 시작됐다는 평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4일 KDI 정책포럼에서 '정년 연장이 고령층과 청년층 고용에 미치는 효과'라는 제목의 발표자료를 내고 "정년 연장 인원이 100명 더 많은 기업의 청년 고용은 평균적으로 22.1명 적었다"고 설명했다.

KDI가 지난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 60세 이상 정년 의무화의 영향을 분석한 결과 민간사업체에서 고령층(55~60세) 일자리는 늘어난 반면 청년층(15~29세) 일자리는 감소했다. 고용 규모가 비슷한 기업 중 정년 연장 인원이 100명 더 많은 곳은 평균적으로 20명의 청년 고용이 적고, 60명의 고령층 고용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규모 기업이나 기존 정년이 낮았던 사업체에서 영향이 컸다. 500~999인 이상 규모의 기업의 경우 정년 연장한 인원이 100명 많을 때 25.8개의 청년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0명 이상 규모의 대기업은 정년 연장 100명당 99.6개의 청년 고용이 사라졌지만 통계적 유의성은 낮았다. 기존 정년이 55세 이하였던 기업은 정년 연장 이후 100명당 39.1명분의 청년 고용이 사라진 것으로 분석됐다.

공공기관은 청년 의무고용제와 임금피크제의 영향으로 고령층과 청년 고용이 함께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40대의 일자리는 감소했다. 해당 연령대에서 결원 발생 시 충원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KDI는 설명했다.

한요셉 KDI 연구위원은 "이같은 연구결과는 정년 연장이 급격하게 이루어질 경우 부작용이 상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정년을 점진적으로 증가시켜 악영향을 최소화해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년 연장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고령층 근로자를 위한 대책마련도 필요하다고 KDI는 분석했다. 한 위원은 "대기업과 공공기관 등을 제외하면 정년을 보장받는 일자리가 많지 않다"며 "정년 연장 사각지대에 있는 고령 근로자에 특화된 고용서비스를 제공하고 시간 선택이 유연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