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인 시즈글로벌 회장, 전세계 스키어 5명 중 1명이 끼는 장갑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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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센서·IoT 접목한 제품도 개발 중이죠"
기업인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무엇일까. 좋은 제품을 생산하고 잘 파는 일도 중요하지만 미래성장동력을 찾는 일을 빼놓을 수 없다. 장갑업체인 시즈글로벌은 첨단소재로 내열성 내마모성 등을 대폭 강화한 소방장갑을 개발해 지난달 인증을 받은 데 이어 각종 센서가 부착된 첨단장갑도 연구하고 있다.
장갑은 얼핏 보면 단순한 제품이다. 연구개발이나 첨단기술과는 거리가 있는 듯하다. 하지만 경기 성남에 본사를 둔 시즈글로벌(회장 김주인·77)에 들어서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회사 연구소에는 각종 측정기기가 놓여 있다. 충격저항측정기, 마모강도측정기, 절단저항측정기 등 20여 종의 장비가 있다. 도대체 어떤 장갑을 만들기에 이런 복잡한 시험을 하는 것일까.
이 회사가 지난달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으로부터 인정을 획득한 ‘타입2 방화장갑’을 보자. 소방용 방화장갑은 화재, 구조 현장에서 화염이나 위험물질로부터 소방관의 손과 손목 부위 등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 장비다. 김주인 회장은 “이 제품은 타입1에 비해 내열성이 강화되고 마찰 강도에 대한 기준도 네 배로 강화됐다”며 “강산이나 강알칼리 등 유독성 용액의 침투를 막는 시험 항목도 들어 있다”고 말했다. 소방청과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 지난해 소방관의 손을 보호할 수 있도록 까다로운 시험기준을 만들었는데 이를 업계 최초로 통과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PBI섬유(미국 PBI퍼포먼스프로덕트의 고내열성 섬유), 아라미드계 섬유(열에 강하고 튼튼한 폴리아마이드 섬유) 등 첨단소재를 사용했다. 방수와 땀배출 기능을 갖춘 고어텍스 소재도 사용했다. 열이나 유독성 물질에 강할 뿐 아니라 잘 닳거나 찢어지지 않는 튼튼한 장갑이다. 미국 인증도 추진 중이다.
이 회사는 각종 센서를 부착한 특수장갑도 개발 중이다. 김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각종 센서와 사물인터넷(IoT)을 접목시킨 장갑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창업 50주년을 맞는 시즈글로벌은 스키장갑과 산업용 장갑을 주로 생산하는 업체다. 제품을 세분화하면 100여 종에 이른다. 이 중 스키장갑은 세계 시장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스키어 5명 중 1명이 이 회사 장갑을 끼는 셈이다. 국내엔 본사 및 연구소를, 베트남 캄보디아 중국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현지 공장을 합친 전체 직원은 약 4000명, 연간 생산능력은 1000만 켤레에 이른다. 작년 매출은 725억원이었고 이 중 90%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바이어는 세계적인 업체들이다. 스키장갑은 살로몬 다카인 등에, 보온성을 살린 아웃도어장갑은 노스페이스 컬럼비아 등에 공급하고 있다. 일부 제품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군에도 납품하고 있다.
주문자상표로 공급해온 이 회사는 수년 전 자체 브랜드도 개발했다. 루디스(스포츠·레저용), 유프로트(산업용), 파이어볼트(소방용)라는 상표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루디스는 스키나 보드를 탈 때 끼는 장갑이다. 유프로트는 손가락에 가해지는 충격을 막기 위해 스펀지 패드를 삽입하고 손 크기에 따라 조절이 가능한 벨크로를 사용한 제품이다. 파이어볼트는 기능성 고어텍스를 사용해 섭씨 300도의 열기에도 견디는 제품이다.
서울대 법대를 나온 김 회장은 1970년 서울 명동에서 가발수출로 사업전선에 뛰어들었다. 그 뒤 장갑수출도 병행하다가 1980년대부터 장갑전문업체로 변신했다. 그는 1970년대 오일쇼크와 해외시장 침체로 업종 변신을 모색하던 중 스키전시회에서 만난 어느 바이어가 스키장갑을 납품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 업종을 바꿨다. 첫 수출한 장갑이 불량으로 판정돼 도산위기를 맞기도 했다. 김 회장은 “바이어에게 피해액을 성실하게 갚아나가자 잔액을 탕감해줬다”며 “그 뒤 제품 개발에서 조언까지 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장갑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인류 문명은 손에서 시작됐고 지금도 손의 역할과 안전은 중요하다”며 “이를 보호하는 수단이 장갑”이라고 설명했다. 수익금의 사회 환원에도 관심이 많아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자 한국무역협회 부회장도 맡고 있는 그는 “장갑 분야에서 개발할 수 있는 신제품은 무궁무진하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낙훈 한경글로벌강소기업연구원장 nhk@hankyung.com
장갑은 얼핏 보면 단순한 제품이다. 연구개발이나 첨단기술과는 거리가 있는 듯하다. 하지만 경기 성남에 본사를 둔 시즈글로벌(회장 김주인·77)에 들어서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회사 연구소에는 각종 측정기기가 놓여 있다. 충격저항측정기, 마모강도측정기, 절단저항측정기 등 20여 종의 장비가 있다. 도대체 어떤 장갑을 만들기에 이런 복잡한 시험을 하는 것일까.
이 회사가 지난달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으로부터 인정을 획득한 ‘타입2 방화장갑’을 보자. 소방용 방화장갑은 화재, 구조 현장에서 화염이나 위험물질로부터 소방관의 손과 손목 부위 등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 장비다. 김주인 회장은 “이 제품은 타입1에 비해 내열성이 강화되고 마찰 강도에 대한 기준도 네 배로 강화됐다”며 “강산이나 강알칼리 등 유독성 용액의 침투를 막는 시험 항목도 들어 있다”고 말했다. 소방청과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 지난해 소방관의 손을 보호할 수 있도록 까다로운 시험기준을 만들었는데 이를 업계 최초로 통과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PBI섬유(미국 PBI퍼포먼스프로덕트의 고내열성 섬유), 아라미드계 섬유(열에 강하고 튼튼한 폴리아마이드 섬유) 등 첨단소재를 사용했다. 방수와 땀배출 기능을 갖춘 고어텍스 소재도 사용했다. 열이나 유독성 물질에 강할 뿐 아니라 잘 닳거나 찢어지지 않는 튼튼한 장갑이다. 미국 인증도 추진 중이다.
이 회사는 각종 센서를 부착한 특수장갑도 개발 중이다. 김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각종 센서와 사물인터넷(IoT)을 접목시킨 장갑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창업 50주년을 맞는 시즈글로벌은 스키장갑과 산업용 장갑을 주로 생산하는 업체다. 제품을 세분화하면 100여 종에 이른다. 이 중 스키장갑은 세계 시장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스키어 5명 중 1명이 이 회사 장갑을 끼는 셈이다. 국내엔 본사 및 연구소를, 베트남 캄보디아 중국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현지 공장을 합친 전체 직원은 약 4000명, 연간 생산능력은 1000만 켤레에 이른다. 작년 매출은 725억원이었고 이 중 90%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바이어는 세계적인 업체들이다. 스키장갑은 살로몬 다카인 등에, 보온성을 살린 아웃도어장갑은 노스페이스 컬럼비아 등에 공급하고 있다. 일부 제품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군에도 납품하고 있다.
주문자상표로 공급해온 이 회사는 수년 전 자체 브랜드도 개발했다. 루디스(스포츠·레저용), 유프로트(산업용), 파이어볼트(소방용)라는 상표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루디스는 스키나 보드를 탈 때 끼는 장갑이다. 유프로트는 손가락에 가해지는 충격을 막기 위해 스펀지 패드를 삽입하고 손 크기에 따라 조절이 가능한 벨크로를 사용한 제품이다. 파이어볼트는 기능성 고어텍스를 사용해 섭씨 300도의 열기에도 견디는 제품이다.
서울대 법대를 나온 김 회장은 1970년 서울 명동에서 가발수출로 사업전선에 뛰어들었다. 그 뒤 장갑수출도 병행하다가 1980년대부터 장갑전문업체로 변신했다. 그는 1970년대 오일쇼크와 해외시장 침체로 업종 변신을 모색하던 중 스키전시회에서 만난 어느 바이어가 스키장갑을 납품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 업종을 바꿨다. 첫 수출한 장갑이 불량으로 판정돼 도산위기를 맞기도 했다. 김 회장은 “바이어에게 피해액을 성실하게 갚아나가자 잔액을 탕감해줬다”며 “그 뒤 제품 개발에서 조언까지 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장갑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인류 문명은 손에서 시작됐고 지금도 손의 역할과 안전은 중요하다”며 “이를 보호하는 수단이 장갑”이라고 설명했다. 수익금의 사회 환원에도 관심이 많아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자 한국무역협회 부회장도 맡고 있는 그는 “장갑 분야에서 개발할 수 있는 신제품은 무궁무진하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낙훈 한경글로벌강소기업연구원장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