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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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제주도에서 대전으로 가족들과 함께 이사 온 A씨는 긴급재난지원금 100만원을 사용하지 못 하고 날려 버리게 될 처지에 놓였다. 기준일인 3월 29일 당시 주소지에서만 지원금을 쓰게하는 지역제한에 걸려 대전에서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A씨는 "지원금을 쓰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갈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사 등으로 주소지를 옮긴 경우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현재 긴급재난지원금은 3월 29일 기준으로 세대주의 주민등록상 주소지 지역에서 신청하고 사용할 수 있게 돼 있어서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로 받은 지원금은 광역시·도 내에서 사용해야한다. 기준일에 서울시에 거주했다면 서울시 내에서만 쓸 수 있고 경기도에선 쓸 수 없다. 선불카드와 지역사랑상품권은 지역별로 다르지만 신용·체크카드 보다 범위가 더 좁은 기초시·군·구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이렇다보니 3월 30일 이후 다른 시·도로 주소지를 옮긴 사람들은 이전 주소지까지 가서 지원금을 사용해야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하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지난 달 1일부터 이달 12일까지 3755명(1976세대)이 전입하고 3757명(1987세대)이 전출했다. 제주도만해도 약 7500여명, 4000여 세대가 지원금 사용에 불편을 겪어야 한다는 얘기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 같은 민원이 커지자 아예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의 사용지역 제한을 폐지하자고 건의했다. 또 국민 모두가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금을 현금으로 지급할 것을 제안했다.

원 지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이 각 시‧도의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라 하더라도 사용기간과 지역을 제한하면서 정책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주민등록 주소지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만 제출하면 해당 지역에서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신속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행정안전부도 이 같은 불만이 이어지자 시·도 밖 전입, 전출자에 대한 지역 제한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광역시·도 밖으로 주소지를 이전한 사람들이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하기 편하도록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원 지사의 요구대로 아예 전국에서 지역 제한을 폐지하는 방안이나 현금 지급 방안은 도입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미 11일부터 신용 체크카드로 충전금이 지급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취약계층이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현금 지급을 추가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또 "일부 지자체에서는 지역살리기를 위해 지역제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어서 전국으로 사용처를 풀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행안부는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방식에 자동응답시스템(ARS)을 추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나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신청하는 것이 익숙지 않은 고연령층을 위한 조치다. 행안부는 카드사와 협의해 개인정보 유출 등 보안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ARS 신청 방식을 마련하고 있다. ARS 신청은 이르면 이번 주 내에 도입될 예정이다.

하수정/박종관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