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쓰레기 대란 조짐에 시멘트업계 '구원투수'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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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美·EU 폐플라스틱 수출 막힌데다 택배 등으로 1회용품 급증
폐PET 연탄재 하수찌꺼기 등은 시멘트 원료·재료…업계가 재활용
2000도서 유해물질 완전 제거…獨 유연탄 대체율 68% 韓은 23%
폐PET 연탄재 하수찌꺼기 등은 시멘트 원료·재료…업계가 재활용
2000도서 유해물질 완전 제거…獨 유연탄 대체율 68% 韓은 2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택배와 음식배달,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하면서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은 쓰레기 처리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특히 우리나라 폐 페트(PET)병의 60%가량을 수입해오던 미국과 유럽 등이 코로나 사태로 수입을 중단하면서 쓰레기 수거가 막히는 ‘쓰레기 대란’조짐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삼척시, 동해시, 단양군 등 시멘트공장이 있는 지자체들은 걱정이 없다.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폐PET 등 폐플라스틱, 폐타이어, 하수슬러지 등이 요긴하게 쓰이면서 시멘트업체들이 이들 지역의 일부 쓰레기를 거의 무상으로 처리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시멘트업계의 폐플라스틱 등 폐합성수지 재활용 성과는 작년보다 50%늘어난 150만t에 달할 것으로 한국시멘트협회는 전망하고 있다. 국내 연간 폐합성수지 폐기물(820만t)의 18%규모다. 코로나 사태로 대두되고 있는 쓰레기 처리 문제에서 시멘트업계가 ‘구원투수’로 등판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폐PET, 연탄재, 하수찌꺼기 ‘해결사’
수도권 아파트 140만 세대가 배출하는 폐플라스틱이 모이는 경기도 한 회수·선별장. 코로나 사태이후 평소 10배의 쓰레기가 몰리면서 보관할 장소가 부족해진데다 미국 유럽 등으로 수출까지 막히자 재활용 수집업체들은 더이상 수거가 어려운 상황에 내몰렸다. 쓰레기가 연일 쏟아지는 데, 유가에 따라 폐플라스틱 단가도 폭락하고, 수출길까지 막혀 국내 재활용업체들은 부도위기에 직면했다. 급기야 환경부는 전국 23개 재활용업체에 재고로 쌓인 1만8000t 폐플라스틱 가운데 1만t을 대신 구매한 뒤, 보관하는 ‘공공비축’에 나섰다. 하지만 부족한 수도권 매립지 형편과 급증하는 쓰레기 양을 감안할 때,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일각에선 중국의 폐비닐 수입금지에 따라 발생한 2018년 쓰레기 수거 대란이 2년만에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재활용업체들의 해외 수출 판로를 뚫어주고, 추가 공공비축을 검토하는 등 비상한 각오로 문제 해결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별로 매립지에 ‘쓰레기산’이 높아지는 등 수거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삼척시, 동해시, 가평군, 단양군 시멘트공장 소재 지자체등은 쓰레기 걱정을 하지 않고 있다. 시멘트업계의 도움으로 폐플라스틱, 하수슬러지, 연탄재, 석탄재 등을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와 시멘트회사간 자원 재활용 협력 모델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다. 작년 경북 의성군에 사업자가 방치해 문제가 됐던 17만t의 거대한 ‘쓰레기산’ 역시 환경부가 시멘트업계에 긴급히 도움(SOS)을 요청하면서 사태가 해결된 바 있다.
삼표시멘트는 하루 70t분량의 폐합성수지를 시멘트 연료로 전환하는 공장을 작년 9월에 준공해 삼척시에 기부체납했다. 삼척시는 장기적으로 쓰레기 소각·매립 비용 등 200억~250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표시멘트 역시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유연탄(시멘트 제조연료) 대신 폐합성수지를 재활용하게 돼 시멘트 제조비용이 절감되고 온실가스도 감축해 ‘1석 2조’다. 작년 한해 시멘트업계가 재활용한 폐합성수지 쓰레기는 100만t으로 삼표가 가장 많은 27만t을 재활용했다. 이어 한라시멘트가 17만t, 한일시멘트가 14만t, 쌍용양회공업이 13만t, 한일현대시멘트가 11만t, 성신양회가 9만t, 아세아시멘트가 8만t을 각각 재활용했다.
쌍용양회가 830억원을 투자한 강원도 동해 공장내 최신 환경 설비가 올 하반기 가동되면 쌍용양회는 업계 최대인 연간 50만t의 폐합성수지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동해시는 쌍용양회 덕분에 쓰레기 매립지의 수명이 2배 연장될 전망이다. 충북 제천시는 아세아시멘트가 매년 연탄재 5000t가량을 매입해 5억~6억원의 예산을 절감하고 있다. 연탄재는 시멘트 원료인 점토의 대체재로 재활용된다. 하수처리장에서 나온 하수찌꺼기(슬러지) 역시 점토의 대체재로 쓰이는데, 한일시멘트는 매년 충북 단양군의 하수슬러지를 무상으로 처리해주고 있다. ◆자원 재활용 獨의 3분의 1수준
보통 소각로는 섭씨 850도로 연소되기 때문에 일반 쓰레기를 태우면 일산화탄소, 벤젠 등 유해물질이 나온다. 하지만 시멘트 제조 과정에 쓰이는 직경 5m짜리 원통형 가마(소성로) 내부는 마그마의 2배인 섭씨 2000도이기 때문에 폐기물을 넣어도 완전 분해돼 유해물질 배출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선진국의 시멘트공장은 자원 재활용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독일은 폐플라스틱 등으로 유연탄을 대체하는 비율이 68%이지만 한국은 3분의 1(23%)수준이다. 자원 재활용을 통한 시멘트 원료 대체율도 한국은 9%에 불과하지만 일본은 19%에 달한다. 시멘트의 주 원료는 석회석 점토 철광석 규석 등이 쓰이는데, 선진국에선 점토를 하수 슬러지와 석탄재가 대체하고, 철광석은 폐타이어의 철심, 철슬래그(제철 찌꺼기) 등이 대체하고 있다. 석회석 등을 고온에서 용융시키는 데 쓰이는 시멘트 제조 연료로는 폐타이어와 폐합성수지만한 것이 없다. 유연탄은 열량이 1㎏당 5000㎉이지만 폐타이어와 폐합성수지는 7500㎉로 ‘열원’으로 더 우수하기 때문이다.
일부 환경단체에선 이러한 제조 과정을 통해 나온 시멘트에서 발암물질이 나오고 새집증후군이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과학적 근거는 낮다. 연세대 라돈안전센터 조승연 교수가 분석한 결과, 시멘트의 라돈 방출량은 실내 공기질 권고기준의 5분의 1 수준이다. 시멘트내 중금속 역시 어린이 모래놀이터의 5분의 1수준이다. 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선진국에서 20~30년 전부터 자원 재활용을 통한 시멘트 제조가 정착됐기 때문에 안정성이 검증됐다”며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이 132.7㎏으로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에서 시멘트업계를 활용한 자원 재활용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올해 시멘트업계의 폐플라스틱 등 폐합성수지 재활용 성과는 작년보다 50%늘어난 150만t에 달할 것으로 한국시멘트협회는 전망하고 있다. 국내 연간 폐합성수지 폐기물(820만t)의 18%규모다. 코로나 사태로 대두되고 있는 쓰레기 처리 문제에서 시멘트업계가 ‘구원투수’로 등판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폐PET, 연탄재, 하수찌꺼기 ‘해결사’
수도권 아파트 140만 세대가 배출하는 폐플라스틱이 모이는 경기도 한 회수·선별장. 코로나 사태이후 평소 10배의 쓰레기가 몰리면서 보관할 장소가 부족해진데다 미국 유럽 등으로 수출까지 막히자 재활용 수집업체들은 더이상 수거가 어려운 상황에 내몰렸다. 쓰레기가 연일 쏟아지는 데, 유가에 따라 폐플라스틱 단가도 폭락하고, 수출길까지 막혀 국내 재활용업체들은 부도위기에 직면했다. 급기야 환경부는 전국 23개 재활용업체에 재고로 쌓인 1만8000t 폐플라스틱 가운데 1만t을 대신 구매한 뒤, 보관하는 ‘공공비축’에 나섰다. 하지만 부족한 수도권 매립지 형편과 급증하는 쓰레기 양을 감안할 때,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일각에선 중국의 폐비닐 수입금지에 따라 발생한 2018년 쓰레기 수거 대란이 2년만에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재활용업체들의 해외 수출 판로를 뚫어주고, 추가 공공비축을 검토하는 등 비상한 각오로 문제 해결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별로 매립지에 ‘쓰레기산’이 높아지는 등 수거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삼척시, 동해시, 가평군, 단양군 시멘트공장 소재 지자체등은 쓰레기 걱정을 하지 않고 있다. 시멘트업계의 도움으로 폐플라스틱, 하수슬러지, 연탄재, 석탄재 등을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와 시멘트회사간 자원 재활용 협력 모델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다. 작년 경북 의성군에 사업자가 방치해 문제가 됐던 17만t의 거대한 ‘쓰레기산’ 역시 환경부가 시멘트업계에 긴급히 도움(SOS)을 요청하면서 사태가 해결된 바 있다.
삼표시멘트는 하루 70t분량의 폐합성수지를 시멘트 연료로 전환하는 공장을 작년 9월에 준공해 삼척시에 기부체납했다. 삼척시는 장기적으로 쓰레기 소각·매립 비용 등 200억~250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표시멘트 역시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유연탄(시멘트 제조연료) 대신 폐합성수지를 재활용하게 돼 시멘트 제조비용이 절감되고 온실가스도 감축해 ‘1석 2조’다. 작년 한해 시멘트업계가 재활용한 폐합성수지 쓰레기는 100만t으로 삼표가 가장 많은 27만t을 재활용했다. 이어 한라시멘트가 17만t, 한일시멘트가 14만t, 쌍용양회공업이 13만t, 한일현대시멘트가 11만t, 성신양회가 9만t, 아세아시멘트가 8만t을 각각 재활용했다.
쌍용양회가 830억원을 투자한 강원도 동해 공장내 최신 환경 설비가 올 하반기 가동되면 쌍용양회는 업계 최대인 연간 50만t의 폐합성수지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동해시는 쌍용양회 덕분에 쓰레기 매립지의 수명이 2배 연장될 전망이다. 충북 제천시는 아세아시멘트가 매년 연탄재 5000t가량을 매입해 5억~6억원의 예산을 절감하고 있다. 연탄재는 시멘트 원료인 점토의 대체재로 재활용된다. 하수처리장에서 나온 하수찌꺼기(슬러지) 역시 점토의 대체재로 쓰이는데, 한일시멘트는 매년 충북 단양군의 하수슬러지를 무상으로 처리해주고 있다. ◆자원 재활용 獨의 3분의 1수준
보통 소각로는 섭씨 850도로 연소되기 때문에 일반 쓰레기를 태우면 일산화탄소, 벤젠 등 유해물질이 나온다. 하지만 시멘트 제조 과정에 쓰이는 직경 5m짜리 원통형 가마(소성로) 내부는 마그마의 2배인 섭씨 2000도이기 때문에 폐기물을 넣어도 완전 분해돼 유해물질 배출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선진국의 시멘트공장은 자원 재활용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독일은 폐플라스틱 등으로 유연탄을 대체하는 비율이 68%이지만 한국은 3분의 1(23%)수준이다. 자원 재활용을 통한 시멘트 원료 대체율도 한국은 9%에 불과하지만 일본은 19%에 달한다. 시멘트의 주 원료는 석회석 점토 철광석 규석 등이 쓰이는데, 선진국에선 점토를 하수 슬러지와 석탄재가 대체하고, 철광석은 폐타이어의 철심, 철슬래그(제철 찌꺼기) 등이 대체하고 있다. 석회석 등을 고온에서 용융시키는 데 쓰이는 시멘트 제조 연료로는 폐타이어와 폐합성수지만한 것이 없다. 유연탄은 열량이 1㎏당 5000㎉이지만 폐타이어와 폐합성수지는 7500㎉로 ‘열원’으로 더 우수하기 때문이다.
일부 환경단체에선 이러한 제조 과정을 통해 나온 시멘트에서 발암물질이 나오고 새집증후군이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과학적 근거는 낮다. 연세대 라돈안전센터 조승연 교수가 분석한 결과, 시멘트의 라돈 방출량은 실내 공기질 권고기준의 5분의 1 수준이다. 시멘트내 중금속 역시 어린이 모래놀이터의 5분의 1수준이다. 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선진국에서 20~30년 전부터 자원 재활용을 통한 시멘트 제조가 정착됐기 때문에 안정성이 검증됐다”며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이 132.7㎏으로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에서 시멘트업계를 활용한 자원 재활용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