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협력사 사업기회 박탈
주주권리 빼앗고 재산권도 침해
자본주의 흔드는 위헌적 발상
기업 혁신·활력 저해 말고
수익 분배는 기업 자율에 맡겨야
최준선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이는 옳지 못한 제도다. 우선 위탁기업이 수많은 수탁기업 중 어느 기업과 계약을 맺어야 하는가가 문제다. 예컨대 자동차 제조회사에 1차 협력사가 1000개 있다고 하자. 이들 회사 중 계약을 맺은 회사는 환호하고 그러지 못한 회사는 좌절한다. 대기업과 거래하는 일부 기술력 좋은 협력 중소기업에만 특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협력이익공유제로 특혜를 받는 중소기업은 혁신을 통한 경쟁력 제고보다는 다른 중소기업의 대기업 거래를 차단하는 데 주력할 수 있다. 중소기업 간에도 양극화가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 공평하지 못하고 정의롭지도 않다.
둘째, 협력이익공유제를 해외 소재 협력사에 강제로 적용할 수 없으므로 기업은 부품 해외 조달로 정책을 전환하게 되고, 국내 물량은 점점 축소돼 국내 협력사의 사업 기회조차 없어질 수 있다. 위탁기업의 이익은 수탁기업의 노력만이 아니라 위탁기업 자체의 경영전략, 브랜드 가치, 마케팅 능력, 홍보, 시장 상황 등 수많은 요인이 결집돼 나타난다. 목표이익 설정 자체가 불가능하고 그중 몇 %가 수탁기업의 기여 때문인지를 평가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과도하게 높은 목표를 설정하면 공유할 초과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기여도 측정을 시도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협력사의 원가정보 공개 등이 필요하다. 이는 협력사에 부담일 뿐 아니라 검증단계에서 기술 유출, 경영 간섭 등의 부작용이 초래될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 셋째 이유다.
넷째, 위탁기업에 이익이 있으면 배당가능이익이 산출되고 그것은 주주의 몫이 된다. 이를 나눠 수탁기업에도 분배하라고 하면 위탁기업 주주의 재산권 침해가 된다. 협력이익공유제는 주주의 기업에 대한 잔여재산 청구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자본주의 근간을 허무는 제도가 된다. 외국인 주주가 위탁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관련 주식을 처분할 경우 증권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다섯째, 주주의 몫인 잔여이익을 협력사와 공유하려면 사전에 주주의 허락을 받아야 하며, 주주총회 승인 없이 협력사에 배분할 경우 재산권 침해에 반발하는 주주들이 추후 배임죄 등으로 경영진에게 책임을 추궁할 수 있다. 위·수탁기업 간 이미 납품단가 조정, 거래 기간, 구매 물량 확대 등 시장의 자율적 방식으로 수탁기업의 정상적 이익 보장이 선(先)반영되는 상황에서 법제화로 대기업 이윤을 재배분하면 위탁기업의 이윤 추구 동기가 급격히 위축된다. 영업 결과에 따라 위탁기업의 이익만을 다시 나누는 계약을 체결하면 계약을 맺은 수탁기업이 초과 이익을 취하고 위탁기업은 이익을 뺏기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여섯째 이유다.
이런 이상한 제도를 도입한 나라는 공산국가나 사회주의 국가 중에도 없다. 기업 혁신활동과 효율성 제고, 신제품 개발 등의 유인을 저하시키는 지극히 반(反)시장적 제도로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위배된다는 것이 일곱째 이유고, 위탁기업이 손실을 볼 때는 모든 손실을 위탁기업이 부담하도록 하면서 이익만 나누라고 하는 것은 경영활동의 자기부담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 여덟째 이유다. 끝으로 영업의 자유를 침해해 자유시장경제원칙을 허물고 과실에 대한 소유권을 제한함으로써 재산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발상이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아홉째 이유다.
한국 경제는 주력업종마저 침체되고 있다. 2018년 685개 상장사의 영업이익이 111조3000억원이던 게 2019년에는 55조5000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이 판국에 협력이익공유제를 법제화해 경제 성장의 주요 동인인 기업들의 혁신과 활력을 저해하려 한다. 결정적으로 중요한 부품이나 노하우를 제공한 협력사가 있다면 수익 분배는 위·수탁기업 간 자율에 맡기면 충분하다. 이를 법제화해 웃음거리가 돼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