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이 만나 차세대 전기자동차 배터리 사업의 협력방안을 논의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재계 1, 2위 그룹이 신사업에서 연합전선을 모색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정부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정한 미래차 분야라는 점도 비상한 관심을 끈다.

양사 최고 경영진의 회동으로 삼성SDI 배터리가 현대·기아차에 공급될 것으로 경제계는 예상했지만, 협력은 여기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형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공동개발에 이어, 차량용 반도체·센서 등 미래차 전반으로 협력이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전자와 자동차 간 융합은 갈수록 가속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삼성과 현대차 간 협력을 계기로 차세대 먹거리 사업을 찾기 위한 기업 간 ‘의기투합’이 다른 분야로도 확대됐으면 한다. 개방형 혁신에서 보듯이 대기업이라고 해도 ‘나 홀로 혁신’으로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미·중 충돌,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전례 없는 불확실성까지 감안하면 생존을 위한 전방위적인 동맹이 불가피한 마당이다.

‘코로나 이후’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디지털 전환은 전 산업에서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인공지능(AI)에서도 삼성전자 LG전자 등 글로벌 기업, SK텔레콤 KT 등 통신사, 네이버 카카오 등 인터넷기업 간 다양한 협력이 가능할 것이다. 대기업과 대기업 간 협력만이 아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스타트업과 스타트업 간 협력도 절실하다.

산업 전 분야에서 기업 간 협력이 확산되려면 정부가 해야 할 일도 있다. 영역과 경계를 넘어선 협력에 대해 산업 융합을 촉진한다는 차원에서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 기업 간 협력의 길을 넓혀줘야 할 것이다.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업 간 협력과 인수합병이라면 비좁은 국내 시장을 기준으로 획일적인 독점 규제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정부가 기업의 사업재편을 지원하겠다면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의 적용 대상을 지금이라도 전 산업, 모든 기업으로 확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