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의 여파로 청년(15~29세) 고용이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자리를 놓고 세대 간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분석이란 평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4일 ‘정년 연장이 고령층과 청년층 고용에 미치는 효과’라는 발표 자료를 내고 “2013년 이후 민간기업의 정년 연장 대상자가 100명 늘어날 때 청년 고용은 평균적으로 22.1명 줄었다”고 밝혔다.

KDI는 2013년 3월부터 작년 3월까지 6년간 고용노동부 고용보험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내놨다. 정년 연장은 2013년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한 고령자고용법이 개정된 이후 2016년 1월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다.

"정년연장 100명 늘때, 청년 고용 22명 줄어"
정년 연장에 따른 청년 고용 감소폭은 기업 규모가 클수록, 법 개정 전 정년 연령이 낮을수록 컸다. 1000명 이상 기업은 정년 연장 100명당 평균 99.6명의 청년 고용이 줄었다. 500~999인 기업도 정년 연장 대상자가 100명 증가할 때 25.8개의 청년 일자리가 사라져 전체 평균(22.1명)보다 높았다. 반면 99인 이하 사업장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기존 정년이 55세 이하였던 기업은 정년 연장 이후 100명당 39.1명의 청년 고용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년이 58세 이상이었던 기업은 청년 고용이 거의 감소하지 않았다.

정년 연장 이후 고령층(55~60세) 고용은 증가했다. 정년 연장 대상자가 100명 증가하면 평균 58.7명의 고령층 고용이 늘었다. 정년 연장이 되더라도 상당수는 자발적 퇴직이나 명예퇴직 등을 통해 회사를 떠나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은 정년 연장 이후 고령층 고용과 청년 고용이 함께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청년의무고용제와 임금피크제의 영향이다. 임금피크제로 감소한 인건비를 청년 채용에 사용토록 했기 때문에 청년 고용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한요셉 KDI 연구위원은 “정년을 한 번에 큰 폭으로 늘리는 방식은 민간기업에 지나친 부담으로 작용해 신규 채용을 줄이거나 명예퇴직을 늘리는 등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년을 점진적으로 높여 악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금 수급 연령을 65세로 높이는 일정과 정년 연장 속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KDI는 정년 연장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고령층 근로자를 위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한 연구위원은 “대기업과 공공기관 등을 제외하면 정년을 보장받는 일자리가 많지 않다”며 “정년 연장 사각지대에 있는 고령 근로자에 특화된 고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시간 선택이 유연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