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사장 김형종·사진)이 온라인 새벽배송 시장에 진출한다. 이르면 오는 7월 신선식품 배송 전문 온라인몰 ‘현대식품관 투 홈’을 열 예정이다. 이름 그대로 현대백화점 식품관 제품을 통째로 집으로 배달해준다는 콘셉트다. 낮 시간에는 백화점 식당가 음식을 인근 지역으로 1~2시간 내 배송해주는 서비스도 내놓는다. 점차 경쟁이 치열해지는 새벽 식품배송 시장에서 마켓컬리, 쓱닷컴 등 기존 업체들과의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

밤 11시 주문하면 새벽배송

현대백화점은 이미 2018년 8월 국내 백화점 중 처음으로 새벽배송을 시도한 바 있다. 식품 전용 온라인몰 ‘e슈퍼마켓’에서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새벽 식탁)를 내놨었다. 2015년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시작한 마켓컬리가 큰 성공을 거두고 있을 즈음이다.

하지만 마켓컬리를 따라잡진 못했다. 롯데, 신세계와 달리 대형마트가 없고 백화점 점포를 중심으로 배송하다 보니 대상 지역과 제품이 한정됐다. 다음날 오전 7시 전 새벽배송을 받는 주문도 오후 8시가 넘으면 할 수 없었다. 주문 마감시간이 오후 11시인 마켓컬리, 밤 12시인 쓱닷컴과 차이가 컸다.
현대백화점은 우선 새벽배송 주문 마감시간을 오후 11시까지 늦출 예정이다. 신선식품과 반찬 등 새벽배송이 가능한 상품도 5000개까지 늘린다. 2018년의 세 배 수준이다. 새벽배송 가능 지역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이다. 이를 위해 경기 김포에 전용 물류센터 부지를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이 판매하는 신선식품과 반찬뿐 아니라 백화점 식품관 식당가와 식음료(F&B) 매장의 음식도 주문할 수 있다. 백화점 관계자는 “서울, 경기 지역 10개 백화점 매장에서 1~2시간 거리에 있는 지역까지는 백화점을 물류 거점 삼아 배송할 것”이라며 “온라인몰에 입점할 식당들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김포에 물류센터 짓는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7월 ‘식품 온라인 사업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1년 가까이 이 서비스를 준비해왔다. 총 70여 명이 투입됐다. 일각에서는 “현대백화점이 1000억원 적자를 감수하고 나섰다”는 얘기도 나온다.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이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신선식품의 온라인 소비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켓컬리가 신선식품으로 포문을 연 새벽배송 시장은 2018년 쿠팡이 식품 새벽배송 서비스 ‘로켓프레시’를 출시하며 커졌다. 이후 오프라인 유통 강자들이 가세했다. 지난해 신세계그룹이 쓱닷컴으로 시장에 뛰어들었고, 최근 롯데도 주문 후 2시간 내 배송하는 바로배송 서비스를 시범 도입했다.

대형마트가 없는 현대백화점은 새벽배송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유인이 없었다. 백화점 매출의 약 80%가 패션과 잡화에서 나오고,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에 그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점포의 수익 하락이 온라인 전략 강화의 도화선이 됐다. 현대백화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연결 기준 2922억원으로 전년 대비 18.0% 감소했다. 지난 1분기엔 전년 동기 대비로 80%나 줄었다.

자체 브랜드 강점 살려야

쓱닷컴의 새벽배송 식품 종류는 1만5000여 개에 이른다. 마켓컬리도 8000여 개다. 현대백화점은 후발이지만 식품배송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식품 분야에서 일찍이 다른 백화점과 차별화를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2010년 문을 연 웰빙 전통식품 브랜드 ‘명인명촌’은 참기름과 반찬, 장류 등을 판매해 연매출 100억원을 넘겼다. 2017년 백화점업계 처음으로 내놓은 프리미엄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원테이블’은 올 들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5% 늘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