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는 지난해 469억22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2년 연속 높아져 작년 말 257.9%를 기록했다. 민간 기업이라면 채용 규모를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맸겠지만 철도공사는 오히려 채용을 늘리기로 했다. 올해에만 1688명을 신규채용할 계획이다. 공공기관 중 최대 규모인 것은 물론 올초 계획했던 1550명보다 100명 이상 늘었다. 지난해 1조원 넘는 적자를 기록하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실적을 낸 한국전력 역시 올해 신규채용 규모를 올초 1500명으로 잡았던 데서 1600명으로 확대했다.

'적자 늪' 철도公·한전도 채용 더 늘린다
정부는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3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를 열고 올해 공공기관에서 약 3만1000명을 신규채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초 발표했던 2만6000명에서 5000명가량 늘어난 숫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고용시장이 얼어붙자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로 ‘급한 불 끄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47만 명 이상 줄며 외환위기 여파가 미쳤던 1999년 2월 이후 최대 감소폭을 보였다.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를 내세운 이번 정부 들어 공공기관 신규채용 규모는 크게 늘었다. 2015년 공공기관 신규채용 규모는 총 1만9202명이었지만 2017년 2만2195명으로 증가했다. 2018년(3만3716명) 2019년(3만3447명) 2년 연속 3만 명 이상을 신규채용했다. 올해 역시 정부 계획대로면 신규채용 규모가 3만 명을 넘는다.

공공기관들의 경영실적이 좋아 채용이 늘어난 걸까. 거꾸로 공공기관들의 실적은 악화되는 추세다. 지난해 340개 공공기관 중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을 제외한 337곳의 부채 규모는 525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1조4000억원 늘었다. 2005년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6000억원으로 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정책에 발맞추느라 공공기관의 부실화가 심해지면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이 부실해지면 배당금이 줄든, 재정이 투입되든 결국 최종적으론 국민의 부담”이라며 “지금 공공기관 채용을 늘려 놓으면 다음 세대가 가져갈 양질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