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고의 시간 견디며 조금씩 전진한 5·18의 역사
진상 규명·역사왜곡처벌법 제정 기대감 높아져

(※ 편집자주 =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연합뉴스는 40년 동안 우리나라 민주화의 근간이 된 5·18의 역사와 현재를 되짚고, 올해 40주년 기념식이 열리는 옛 전남도청의 역사적 의미를 돌아보는 기획기사 두 건을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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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은 지금] ① 40년의 우여곡절 이제는 '마침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한 획을 그은 5·18민주화운동이 올해로 40주년을 맞았다.

군사 반란으로 대한민국을 통째로 훔친 군부에 맞서 민주화를 부르짖었던 5월 항쟁은 법적·역사적 평가가 확립된 흔들릴 수 없는 역사다.

하지만 보수 정당의 일부 국회의원이 5·18을 여전히 '폭동'으로, '괴물 집단'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 불혹을 맞은 5·18의 현주소다.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규명이라는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가해자 없는 피해자의 공허한 외침만 남았을 뿐이다.

지금까지 1988년 국회 광주 청문회를 시작으로 아홉차례 국가 차원 조사 활동이 있었지만, 결과는 반쪽짜리에 그쳤다.

광주 청문회는 정치적 야합으로 유야무야됐고, 검찰 수사는 5공 비리와 군사반란에 초점이 맞춰져 5·18의 진상을 낱낱이 드러내지 못했다.

나머지 국방부 등 조사 활동에서도 파편적인 진실의 퍼즐을 찾아내는 데 그치며 계엄군 한명 한명이 자행한 반인륜 범죄는 밝히지 못했다.

그 사이 5·18 당시 북한군이 투입됐다는 등 터무니없는 왜곡과 폄훼의 목소리는 인터넷과 개인방송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대·재생산하며 5·18을 여전히 논란이 있는 사안으로 비치게 했다.

[5·18은 지금] ① 40년의 우여곡절 이제는 '마침표'
심지어 5·18은 자극적인 콘텐츠로 돈벌이를 하는 막말 유튜버들의 먹잇감이 됐다.

지난해 5·18 희생자를 추모하는 기념식이 열리는 날마저 이들은 5월 영령이 쓰러져간 광주 금남로 역사의 현장에서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며 광주 시민들에게 욕설을 내뱉었다.

올해 역시 5·18 기념식 전날인 16∼17일 금남로에선 이들의 대규모 집회가 예정돼 있다.

버젓이 자행되는 역사 왜곡을 처벌하기 위해 역사왜곡처벌법이 수차례 발의되기도 했지만, 보수당의 반대에 가로막혀 번번이 무산됐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5·18은 느리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광주 청문회를 통해 계엄군의 잔혹한 진압 만행을 세상에 알렸고, 검찰 수사로 민간인 학살 등의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전두환을 비롯한 신군부 핵심 인물 15명에겐 정권 찬탈을 목적으로 광주를 무력진압한 책임이 일부 인정되기도 했다.

이후 국방부와 국과수 등의 조사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이 입증됐고, 미투 운동에 힘입은 피해자의 용기로 계엄군의 성폭행 피해 사실이 속속 드러났다.

이러한 성과들이 모인 끝에 마침내 5·18은 40년 만에 마침표를 찍기 위한 여건이 마련됐다.

[5·18은 지금] ① 40년의 우여곡절 이제는 '마침표'
특별법에 따라 출범한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최근 실무진 구성을 마치고 본격적인 조사 활동에 돌입했다.

최초·집단발포 책임자와 민간인 학살 사건, 암매장·행방불명 사건, 헬기 사격, 계엄군 성폭행 등을 처음부터 다시 조사하고 북한군 개입설 논란까지 종식한다는 계획이다.

관계자 증언과 고백을 설득하기 위해 기독교·천주교·불교계 등 종교계까지 나섰다.

국방부 역시 자료 제공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입장인 데다 미국 정부도 최근 5·18 관련 기밀문서 일부를 외교부로 전달하는 등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다.

구멍 난 퍼즐을 찾고 진실의 조각들을 하나로 모은 국가 보고서가 완성되면 더 이상의 소모적인 논쟁은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진실을 부정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자를 처벌하는 '역사왜곡처벌법' 제정도 어느 때보다 희망적인 상황이다.

지난해 역사왜곡처벌법 제정을 당론으로 채택한 더불어민주당이 올해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했고, 광주·전남 지역 당선인들은 이 법안을 가장 먼저 발의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역사 왜곡 선봉에 선 지만원의 주장을 터무니없는 것으로 치부하며 가볍게 다루던 사법부도 최근 지씨에게 실형을 선고하며 엄벌 의지를 내비쳤다.

역사 왜곡이 도를 넘었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우리 사회의 모양을 조금씩 바꾸고 있는 셈이다.

[5·18은 지금] ① 40년의 우여곡절 이제는 '마침표'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약속처럼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담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4·19혁명과 6월 항쟁과 함께 5·18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근간이 됐다는 정당한 평가가 내려져야 한다는 의미다.

5·18기념재단 조진태 상임이사는 "지금까진 피해자 중심의 5·18의 진상이 세간에 알려져 5·18의 가치와 정신을 알리는 데 의미를 가졌다면 이제는 가해의 기록, 왜곡과 날조의 실체 등을 확인해 미완의 퍼즐을 맞추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5·18을 왜곡하는 싹을 원천에 차단할 근거를 명확하게 밝힐 수 있을 것"이라며 "마침표는 또 다른 문장의 시작이듯이 행방불명자·암매장 사건 등 진상규명이 어려운 부분은 섣불리 매듭지지 않고 열어놔야 한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