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정복하지 못한 질병인 파킨슨병 치료 효과만 입증되면 연 6조원의 시장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게 최 대표의 생각입니다.
약물 생산도 자체적으로 할 예정입니다. 상장 당시 모은 자금 대부분이 충북 오송 공장에 투입됐죠. 참고로 최 대표는 상장 후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단 한 번도 시장에 내다판 적이 없다고 합니다.
최 대표는 “기술수출 후 받는 로열티가 매출의 5~10%라면 자체 생산 공장이 있을 경우 (기술수출 후에도) 매출의 15~20%는 벌 수 있다”며 “고집스러워보일 수 있지만 생산공장은 꼭 필요하고, 펩트론의 자부심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우선 PT320에 대해 좀더 알아보겠습니다.
○뇌 방어막 뚫는 PT320
PT320은 이미 출시가 된 당뇨병 치료물질 엑세나타이드를 파킨슨병 치료제로 바꾼 것입니다.엑세나타이드에 약효지속 플랫폼 기술을 더한 물질이죠. 펩트론은 2014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으로부터 엑세나타이드의 퇴행성 뇌질환 치료 특허의 세계 독점실시권을 인수했습니다.
펩트론은 PT320이 뇌혈류 장벽(BBB, Blood-Brain Barrier) 투과율을 대폭 향상시킨 물질이라고 설명합니다. 뇌혈류장벽은 약물이나 바이러스 등 외부 침입으로부터 뇌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막입니다.
파킨슨병은 뇌에서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 세포가 죽어가며 나타나는 퇴행성 신경 질환입니다. 이 과정은 차근차근 진행이 되는데요. PT320은 뇌혈류 장벽 안으로 침투해 신경 세포가 죽어가는 걸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기존 치료제와는 다른 치료법입니다.
이런 방식의 치료가 어려웠던 이유는 약물이 뇌혈류 장벽을 통과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기존 의약품들도 뇌혈류 장벽의 벽을 제대로 넘지 못하고 있죠. 엑세나타이드 역시 약효지속 플랙폼 기술이 더해지지 않으면 투과율이 현저히 낮아지는 게 실험결과 나타났습니다.
최 대표는 “펩트론의 약효지속성 제제(SR-엑세나타이드)의 경우 뇌혈류 장벽 통과율이 2%에 달한다”며 “기존 약품 대비 매우 우수한 결과로 해외 특허까지 낸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최 대표는 국내 임상 2상을 진행 중인 PT320의 효능 결과가 2022년엔 최종 보고서로 나올 것이라고 합니다. 임상 마지막 환자 모집은 올해 말 끝납니다. 99명이 대상입니다. 현재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아닌 한국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을 하는 이유에 대해 최 대표는 “파킨슨병은 치료 경과가 물리적으로 잘 나타나지 않아 효과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의사들의 데이터 처리가 중요하다”며 “한국 의사들이 이런 부분에서 더 뛰어나기 때문에 한국을 선택했다”고 설명합니다. 이어 “현재 보고 받은 결과는 상당히 좋다”고 자신합니다.
해외 연구에서도 효능이 확인됐습니다. 영국 런던대학교(UCL)의 폴티니 교수 연구팀은 지난 3일 당뇨병 치료에 쓰이는 엑세나타이드가 파킨슨 환자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세계적 임상학술지 란셋에 발표했죠.
현재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처방되는 약은 일시적인 증상 완화 효과만 있을 뿐 병의 진행은 막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시간이 갈수록 약효가 떨어지는 약효소진 현상을 보입니다.
○미국 국립보건원과 공동 연구
앞서 말씀드렸듯이 엑세나타이드의 퇴행성 뇌질환 치료 가능성을 처음 발견한 것은 NIH였습니다. NIH는 펩트론이 보유한 지속성 엑세나타이드에 관심을 가지고 공동연구를 제안했죠.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퇴행성 뇌질환 환자들은 매일 약을 먹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지속성 의약품에 대한 필요성이 컸던 것입니다. 현재 PT320은 2주에 한 번씩 2㎖만 맞으면 되도록 설계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뇌혈관 장벽 투과율이 높단 사실도 발견하게 된 겁니다.
최 대표는 이 제안을 받고 전세계 파킨슨병 전문가들에게 연구비를 지급하고 이 약의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물었다고 합니다. 돌아온 결과는 모두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였습니다.
곧바로 펩트론은 NIH와 공동개발협약(CRADA)를 체결하고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의 상용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죠. 다만 물질을 상업화하는 등의 권리는 모두 펩트론이 갖는다고 합니다.
○최 대표 “신약 개발사에 생산공장은 꼭 필요”
펩트론은 다른 바이오벤처와 약간 다른 사업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본인의 기술을 수출하고 이를 개발비 삼아 사업을 지속하고 있죠. 펩트론은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최 대표는 “나중에 제품화를 했을 때 생산이 잘 될 것인지 등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익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 대표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대부분의 바이오벤처와 같이 기술수출을 하면 제품 시판시 매출의 5~10%를 로열티로 받습니다. 물론 기술수출을 안 한 상황에서 제품 개발, 시판까지 간다면 더 많은 돈을 벌 순 있겠죠. 하지만 이런 사례는 극히 드뭅니다.
생산 시설을 갖추면 어떨까요. 최 대표의 계산으로 기술수출을 한 물질의 생산을 펩트론이 맡는다면 매출의 15~20%까지 가져갈 수 있다고 합니다. 두 배 이상의 부가가치가 생기는 셈이죠. 개발까지 완료를 하면 더 좋겠지만, 차선책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펩트론에 대한 투자자의 평가는 엇갈립니다. 최 대표가 열정적이고 뛰어난 연구자임엔 틀림없지만 창업 후 매출이 나오지 않아 불만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펩트론 ③에서 살펴보겠습니다.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