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핵심 기간산업인 자동차산업을 떠받치고 있는 부품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고사 위기에 몰렸다.

15일 자동차산업연합회가 발표한 ‘코로나19 기업애로지원센터’ 조사에 따르면 1차 부품 협력사의 공장 가동률은 60%에 그쳤다.

규모가 더 작은 2차 협력업체 가동률은 30%로 떨어졌다. 매출 감소율은 1차 협력업체는 25~50%인 데 비해 2차 협력업체는 6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회의 1차 조사(3월 18일)와 2차 조사(3월 31일)에서 매출 감소율이 각각 10~25%, 20~30%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시간이 갈수록 매출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

가동률 저하로 공장 문을 닫고 셧다운(일시 가동 중단)에 들어간 부품사도 늘고 있다. 조사 대상 부품사 24곳 중 절반(12곳)은 휴무 중이거나 완성차업체의 휴무 일정에 따라 휴무를 검토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 3일 근무하거나 매주 금요일 전 직원이 연차휴가를 사용하는 부품사도 있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부품업체들은 국가 간 이동 통제와 해외 고객사의 공장 가동 중단, 까다로운 비자 발급 요건으로 출장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기술 지원 등으로 5~6월 출장 수요가 많은 중국이 대표적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방침과 달리 금융권에서 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점도 부품업계의 애로사항으로 꼽혔다. 고용유지지원금의 규모와 조건이 엄격히 제한돼 있어 소규모 업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 회장은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수요절벽’과 가동 중단, 매출 감소로 큰 위기에 처해 있다”며 “유동성이 적기에 공급되고 해외 공장의 원활한 가동을 위한 해외법인 금융특별대책 마련, 출장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