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연구원이 스마트 윈도용 필름 시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생기연 제공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연구원이 스마트 윈도용 필름 시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생기연 제공
미국 에너지부(DOE)에 따르면 전 세계 에너지 사용량의 약 41%가 건물 냉·난방에 쓰인다. 이 중 45%가량의 에너지가 외부로 노출된 유리창 등을 통해 빠져나간다. 유리창이 건물 표면 대부분을 차지하는 ‘커튼월’ 구조 고층 건물이 늘어나면서 이 같은 유리창을 통한 에너지 손실 줄이기가 화두다.

김대업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탄소소재응용연구그룹 연구원팀은 외부 기온 변화에 따라 태양광 투과율을 스스로 조절해 쾌적한 실내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스마트 윈도’를 개발했다고 15일 발표했다. 특정 온도에서 가시광선은 투과시키지만 적외선은 차단하는 특성을 지닌 열변색 신소재 ‘이산화바나듐’을 사용했다.

생기연 관계자는 “여름철 고온에서는 적외선을 70% 차단해 냉방 효율을 높이고, 겨울철엔 적외선을 최대한 받아들여 보온 효과를 내는 기능성 창호”라며 “적정 실내 온도 유지에 필요한 에너지 소비량을 일반 창호보다 30%가량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래 이산화바나듐 박막은 섭씨 68도 근처에서 적외선을 반사하기 때문에 20~30도대 상온에서는 스마트 윈도 소재로 활용하기 어려웠다. 결정성이 낮아 반사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었다. 생기연 연구팀은 이산화바나듐에 텅스텐을 도핑해 적외선 반사 온도 대역을 20~30도로 낮췄다. 또 ‘제논 램프(고압 제논가스가 이온화될 때 발산하는 백색광)’를 쬐어 반사 효율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 개발된 스마트 윈도는 외부 전원과 전력 구동 회로가 필요없어 제작 비용이 저렴하다. 창뿐 아니라 유리창에 덧붙이는 필름 형태의 유연한 제품으로도 제작할 수 있다. 기존 전기변색 방식의 스마트 윈도는 전력 구동회로가 복잡해 비싼 데다 설치 때 배선 작업이 필요해 상용화가 쉽지 않았다. 연구팀은 가로, 세로 50㎝ 크기 필름 개발을 마쳤다. 곧 1m 크기 대면적 필름을 고속 생산할 수 있는 롤투롤 공정을 마련하기로 했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과 관련해 국내 특허 4건을 등록했다. 액정필름 제조업체 큐시스에 기술이전하고 제품 양산을 준비 중이다.

KAIST에 따르면 스마트 윈도 시장 규모는 올해부터 매년 16%씩 성장해 2023년 세계 시장 규모가 823억달러(약 1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석우·신종화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투과율을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윈도용 광학 필름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60나노미터(㎚) 두께의 알루미늄 산화물을 500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실리콘 화합물 ‘폴리다이메틸실록산(PDMS)’에 발랐다. 그 결과 가시광선 투과율을 16%에서 90%까지 조절할 수 있는 얇은 광학 필름을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가로, 세로 약 7.6㎝ 크기의 필름이다. 필름을 당기거나 펴면 소재 내부에서 발생하는 극미세 구멍을 통해 투과율 조절이 가능하다. KAIST 관계자는 “유리 표면 부착용 스마트 윈도,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 선글라스, 두루마리 타입의 빔프로젝터와 광고판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신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