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다국적 제약회사 사노피와 맺은 국내 최대 규모의 신약 기술수출 계약이 사노피 측의 일방적인 포기 선언으로 사실상 깨졌다. 국내 제약산업 및 의료계에서는 아쉽다는 반응이다. 한미약품은 사노피와 앞으로 120일 동안 기술수출 계약을 이어갈지 논의할 계획이라지만, 합의에 실패하면 다른 글로벌 파트너사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계약 파기는 지난해 바뀐 사노피 경영진이 연구개발(R&D)을 개편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은 또 한번 신약개발의 진입장벽을 절감했을 법하다. 기술 수출을 통해 신약개발을 위한 국제 분업의 한 축을 갖게 됐지만 한계도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기술수출 업체로서는 임상 3상 시험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돼 글로벌 파트너사를 찾을 수밖에 없지만 다국적 제약사의 R&D 환경이 바뀌면 기술 수출업체는 개발을 이어갈 수 없는 데다 오히려 손해를 볼 위험도 있다.

그런데도 한미약품이 신약개발을 계속하겠다고 밝힌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은 30여 개에 이른다. 이 중 미국 스펙트럼에 기술 수출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는 지난해 말 미 식품의약국(FDA)에 시판 허가를 신청해 놓은 상황이다. 사노피가 계약을 파기해도 다른 분야에서 신약개발의 성과가 나올 여지가 많다.

코로나 사태로 한국의 진단키트 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에 균열이 생기면서 기회를 잡은 것이다. 신약개발에서도 글로벌 분업구도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법이 없다. 기술수출 모델도 글로벌 제약사들이 내부 연구, 인수합병 등으로는 R&D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면서 가능했다. 코로나 사태로 다양한 글로벌 분업모델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한국 바이오헬스의 마지막 관문인 신약개발의 도전은 계속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