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춘향' 들고온 김명곤…"지금 청춘들의 모습 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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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70년' 창극 극본·연출
발랄하고 진취적인 여인 춘향
몽룡은 신분 압박 이기고 성장
캐릭터·이야기 현대적 재해석
창극의 본질 '소리'에도 집중
발랄하고 진취적인 여인 춘향
몽룡은 신분 압박 이기고 성장
캐릭터·이야기 현대적 재해석
창극의 본질 '소리'에도 집중

지난 14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른 창극 ‘춘향’(사진)에서 옥에 갇힌 춘향이 거지꼴로 찾아온 몽룡에게 유언을 남기는 장면이다. 이날 공연 전 기자와 만난 연출가 김명곤 씨는 이 대목을 설명하던 중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눈시울이 붉어졌고 인터뷰는 잠시 중단됐다. “젊은 시절이 생각나 눈물까지 보였네요. 당시 아내가 집안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견디고 가난한 연극배우였던 저와 결혼한 게 떠올라 그랬습니다. 이번 공연에 등장하는 춘향과 몽룡은 제 페르소나(분신) 같아요.”
“원작 춘향전은 청춘들의 뜨거운 사랑 이야기입니다. 요즘 젊은 관객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과감하게 캐릭터와 이야기를 수술했어요. 춘향은 지고지순한 순종형 여인이 아니라 사랑을 쟁취하는 진취적 여성으로, 몽룡은 현대 사회에서 결혼 상대의 학벌, 직장, 재산 등을 따지는 부모를 이겨내는 인물로 설정했습니다.”

바뀐 건 등장인물의 성격만이 아니다. 극의 전개 속도가 영화처럼 빨라졌다. 몽룡이 춘향과 만나 이별하고 다시 돌아오는 시간을 단오(음력 5월)부터 그해 가을까지로 줄였다. “원작에서 몽룡은 ‘나쁜 남자’죠. 몇 년 동안 과거시험을 준비하면서 춘향에게 편지 한 장 보내지 않잖아요. 남자친구의 군생활 2년도 기다리기 힘든 시대에 쉽게 공감하기 힘들죠. 현대적인 해석을 위해 시간을 압축했습니다.”
전개가 빨라졌지만 창극의 기본이자 본질인 ‘소리’는 충실히 살렸다. 대사에 해당하는 아니리를 줄이되 오페라의 아리아에 해당하는 눈대목은 그대로다. “완창하면 여섯 시간 이상 걸리는 대작을 두 시간가량으로 줄여야 했기에 눈대목을 강조하기로 했죠. 다만 사랑가와 이별가, 옥중가, 어사출두가 등 뛰어난 눈대목을 젊은 사람들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고어(古語)를 지금의 우리말로 풀어냈습니다. 소리꾼의 창을 부각시키려 반주 음량을 조절하는 데도 특별히 신경 썼습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