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작은 화분 이지아(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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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피에로가 졸고 있다
풍선들을 생각하면서
노곤한
군중 속에서
잠에 빠진 피에로가 고개를 흔들고 있다
진짜로 멀리 가고 싶지는 않아
흘러내리는 가발을 다시 씌워준다
시집 《오트 쿠튀르》(문학과지성사) 中
가끔 궁금했어요. 손에서 놓친 풍선이 어디까지 날아갈지 말이에요. 기쁜 날에는 참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요. 축하해주는 사람들이 있고, 선물이 있고, 오가는 안부도 있어요. 그 안에는 기분 좋은 피곤함이 있기도 하겠지요. 그 피곤함은 광대의 우스꽝스러운 연기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모두 신이 날 때 제 일을 다 마친 피에로의 노곤한 잠 같은 것 말이에요. 그 자리에 오래도록 있고 싶은 마음, 함께하고 싶은 마음은, 잠결에 놓친 풍선이 날아가며 “진짜로 멀리 가고 싶지는 않아”라고 속삭이는 것처럼 어찌나 진솔하고 고요한지 앞으로 옆을 잘 돌아보며 늘 확인하려 해요. 노곤한 잠에 빠진 자가 있다면 기꺼이 어깨를 내어주려 해요.
이서하 시인(2016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풍선들을 생각하면서
노곤한
군중 속에서
잠에 빠진 피에로가 고개를 흔들고 있다
진짜로 멀리 가고 싶지는 않아
흘러내리는 가발을 다시 씌워준다
시집 《오트 쿠튀르》(문학과지성사) 中
가끔 궁금했어요. 손에서 놓친 풍선이 어디까지 날아갈지 말이에요. 기쁜 날에는 참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요. 축하해주는 사람들이 있고, 선물이 있고, 오가는 안부도 있어요. 그 안에는 기분 좋은 피곤함이 있기도 하겠지요. 그 피곤함은 광대의 우스꽝스러운 연기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모두 신이 날 때 제 일을 다 마친 피에로의 노곤한 잠 같은 것 말이에요. 그 자리에 오래도록 있고 싶은 마음, 함께하고 싶은 마음은, 잠결에 놓친 풍선이 날아가며 “진짜로 멀리 가고 싶지는 않아”라고 속삭이는 것처럼 어찌나 진솔하고 고요한지 앞으로 옆을 잘 돌아보며 늘 확인하려 해요. 노곤한 잠에 빠진 자가 있다면 기꺼이 어깨를 내어주려 해요.
이서하 시인(2016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