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보수 최대 50%까지 책정
"승소땐 변호사 배만 불려" 지적도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변호사가 다수의 원고를 직접 모집해 소송을 제기하는 기획소송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기획소송은 주로 착수금을 최소화하고 성공보수 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변호사는 “착수금을 아예 받지 않을뿐더러 인지송달료를 변호사가 직접 부담하면서까지 의뢰인을 끌어모으는 경우도 있다”며 “원고가 수천 명에 달하면 인지송달료로만 수억원을 지출한다”고 말했다.
대신 일반적 민사소송에서 승소 금액의 10% 내외로 책정되는 성공보수가 기획소송의 경우 최소 20%를 넘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성공보수를 40~50% 수준으로 계약하는 사례도 있다. 변호사로선 승소를 이끌어낼 경우 한몫 단단히 챙길 수 있다. 기획소송 중에서는 언론이 주목하는 사건이 많은 만큼 자신의 명성을 높일 수도 있다. 의뢰인으로서도 착수금이 적기 때문에 ‘밑져야 본전’ 심리로 소송에 참여할 유인이 크다.
기획소송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한 변호사는 “보통은 변호사를 찾아 법적 절차를 밟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는 이유 등으로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포기한다”며 “변호사가 비슷한 처지의 원고를 한데 모아 소송을 진행해준다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기획소송이 부실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아무리 착수금을 낮춰도 원고를 대량으로 모집하면 변호사는 꼭 승소하지 않더라도 착수금으로만 거액을 벌 수 있다. 승소 가능성이 높지 않아도, 변호사들이 ‘착수금 한탕’을 노리고 승소 가능성을 과대 포장하며 소송을 꼬드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에선 택시기사만을 노리는 ‘3대 로펌’까지 생겨났다. 원고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불법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많은 사람을 모집하려고 불법 브로커를 고용하는 일도 있다”고 귀띔했다.
요즘은 인터넷 블로그나 카페, 유튜브 등을 통해 기획소송 진행 소식을 홍보하는 변호사도 많다. 이 과정에서 변호사업무광고규정을 위반하는 경우도 있다. 변호사들은 ‘최고’ ‘유일’ 등의 표현을 사용하거나 승소율, 석방률 등을 내세우며 광고해선 안 된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