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제품이 점령한 국내 공공기관 폐쇄회로TV(CCTV) 시장에 국내 1위 업체인 한화테크윈이 14년 만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공공조달시장에서 대기업을 배제하자 외국계 기업이 ‘반사이익’을 보는 부작용이 생겼고, 이를 막기 위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하청을 주는 새로운 형태의 상생협력 제도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18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그동안 공공조달시장에서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면서 ‘무늬만 한국산’이거나 품질이 뛰어나지 않는 제품이 공급됐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중기부가 작년 11월 시행령을 고쳐 공공조달 상생협력 제도를 추진한 결과 이번에 10개 사업이 처음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중기부에 따르면 영상감시장치와 관련 소프트웨어를 생산하는 한국통신기기협동조합 소속 5개 기업과 한국스마트휴먼테크협회 소속 10개 기업이 각각 한화테크윈과 공공 조달 상생협력 사업자로 선정됐다. 중기부 관계자는 “올 하반기부터 이 업체들은 공공조달시장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며 “공공조달 입찰 평가서 가점을 받게 돼 선정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AI) 영상감시장치를 공공기관에 납품하면서 관련 제품의 국산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의 대기업 참여 제한 정책으로 국내 CCTV 제조 및 관련 서비스 1위 기업인 한화테크윈은 2006년 이후 국내 공공조달 시장 입찰 참여가 불가능해졌다. 그 사이를 비집고 일부 중소기업은 중국 CCTV 제조업체와 손잡고 국내 관공서 수주를 잇따라 따냈다. 국내 관공서 CCTV를 중국산 제품이 점령해 논란이 된 배경이다.

2018년 국정감사에선 미국이 보안 우려로 공공기관 도입을 막은 중국 하이크비전 등의 제품이 정부과천청사 CCTV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중기부는 작년 11월 상생협력법 시행령을 개정해 대기업도 중소기업과 한 팀을 이뤄 공공조달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한화테크윈은 이번 조치로 연간 500억원 규모인 공공기관 CCTV 조달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중기부는 이날 영상감시장치 외에도 LED실내조명, 빌딩자동제어장치 등 10개를 ‘공공조달 상생협력 1차 사업’으로 선정해 발표했다. 박 장관은 “대·중소기업 간 상생과 소재·부품 국산화에 모두 이득”이라며 “앞으로 대기업들의 참여를 더 확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