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판 뉴딜’을 언급한 지 한 달도 안 돼 10여 개 분야에서 45조원이 넘는 뉴딜 정책 제안이 나왔다. 정부가 3대 분야라고 밝힌 비대면·디지털인프라·사회간접자본(SOC)의 디지털화 사업 외에도 도시재생, 한반도, 어촌, 건설 등 곳곳에서 뉴딜 사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부 일각에선 이달 말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21대 국회의 국회의원들이 지역 민원을 뉴딜로 포장해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너도나도 "한국판 뉴딜"…요구액만45兆
너도나도 “뉴딜하겠다”

문 대통령이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겠다”고 한 것은 지난달 22일 제3차 비상경제회의에서였다. 이튿날 통일부가 제313차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고 ‘강릉~제진 철도사업건설’ 추진 방안을 확정하면서 ‘한반도 뉴딜’을 들고나왔다. 총 사업비는 2조8520억원으로 대부분 철도 건설에 따른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사업이다.

대한건설협회는 지난 7일 전통적 의미의 건설 투자를 한국판 뉴딜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다. 내년부터 5조원씩을 건설 투자를 위한 예산으로 요구했다. 같은 날 해양수산부는 최대 7500억원 규모의 ‘어촌 뉴딜’ 사업 대상자를 찾는다고 발표했다. 50곳을 선정해 100억~150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작년부터 추진해 왔다. 도시재생 뉴딜, 문화 분야 산업을 육성하는 ‘소프트 뉴딜’ 등도 한국판 뉴딜 발표 이후 언급이 크게 늘었다.

지방자치단체도 뛰어들었다. 부산시는 지난 12일 1조5942억원을 한국판 뉴딜과 연계해달라고 해수부에 건의했다. 어민 경영자금 지원, 노후 어선 감척 사업 등에 5000억원을 투입하자고 하면서 전액 국비로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창원시는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창원형 디지털 SOC 뉴딜 프로젝트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24개 사업에 28조3000억원을 투입하는 기존 ‘창원형 뉴딜’에 디지털을 접목하겠다는 것이다. 민간공원·해양관광단지·복합행정타운·항만·연구자유지역 조성 과정에서 스마트 가로등, 수소연료 전지발전소 등을 함께 설치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면서 “정부의 디지털 중심 한국판 뉴딜은 창원시가 먼저 제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울산시는 휴먼·스마트·그린 뉴딜 등 3대 분야 15개 과제에 7조3143억원을 투입해 29만18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울산형 뉴딜’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그린 뉴딜’ 드라이브까지

친환경 재생에너지 등의 산업을 일으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그린 뉴딜’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따라 상황이 급변한 사례다. 그린 뉴딜은 지난달 29일 1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경제 중대본) 회의에서 처음 거론된 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되다가 7일 발표된 한국판 뉴딜 세 가지 핵심 과제에서 제외되자 관심이 꺾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12일 국무회의에서 “그린 뉴딜은 그 자체로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하면서 다시 논의가 촉발됐다. 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중소벤처기업부·국토교통부가 달려들었다. 4개 부처는 이번주 그린 뉴딜에 관한 합동 서면보고를 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공공과 민간 등에서 한국판 뉴딜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은 뒤 다음달 초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때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구체안이 나오기 전까지 분야별 물밑작업과 뉴딜 선언은 계속될 전망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