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모순된 감정 '사랑' 탐구…소설 읽는 듯한 서사로 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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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신춘문예 등단 4년 만에 첫 시집 펴낸 이서하
“시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불편함’이었어요. 사람과의 관계에서 불편하거나 모순된 감정들을 보여주고 싶었죠. 이를 통해 어떤 한 가지에 깊게 몰입하게 해주고 싶었어요.”
‘2016 한경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된 이서하 시인(28)이 첫 번째 시집 《진짜 같은 마음》(민음사)을 냈다. 18일 서울 합정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 시인은 “시집에 수록한 시 57편에 제 정체성의 근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유년 시절과 가정, 사람들과의 우정이 녹아 있다”고 말했다.
제목인 ‘진짜 같은 마음’은 수록시 ‘꿈에서 꺼낸 매듭’의 시구에서 따왔다. ‘진짜에 가장 가까운 동일한 마음’ 또는 ‘진짜 같지만 진짜는 아닌 마음’이라는 중의적 의미로 읽힌다. 하나의 존재가 지닌 상반된 성질, 하나의 사건에 대한 상반된 해석 사이를 파고드는 시집 전체 분위기를 아우른다. “폭력과 동시에 사랑이 있는 ‘집’, 공포와 함께 그 공포를 이기게 해주는 친구들이 있는 ‘학교’, 외부와 나를 차단하는 벽이자 외부와 나 사이를 연결해주는 ‘문’처럼 제 시엔 상반된 이미지를 가진 시어가 많이 등장해요.”
그는 이런 시어들로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 많은 세상 속에서 ‘사랑’에 대해 묻고 싶었다고 했다. 이 시인은 “사랑이야말로 가장 모순된 감정”이라며 “많은 이들이 사랑으로 인해 가장 큰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고 극단적 편견을 갖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록시 중에는 비유나 묘사가 아니라 마치 어떤 방법론에 대해 설명하거나 소설처럼 서술하는 작품이 많다. 그는 “시로 쓴 소설 같은 느낌이 때론 지루하지만 어떤 순간엔 단숨에 읽히기도 한다”며 “은유나 비유보다는 진술에서 보여지는 문장의 힘을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인식의 도구들’이란 제목의 시를 꼽았다. ‘사실을 말하면 부분은 전부가 된다’는 시구로 시작하는 시다. “시집을 통해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을 가장 포괄적으로 다룬 시예요. 누군가 무언가를 말하면 그것은 부분적 사실일 수 있지만 그게 세상에 나와선 전부가 돼 버려요. 그렇게 오해가 생기고 두려움도 생깁니다. 약자나 소수자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데도, 어떤 여지도 배제한 채 그저 단칼에 단정지으려는 단어들이 가진 폭력성에 대한 두려움이죠.”
등단 후 첫 시집을 낼 때까지 지난 4년은 시인에게 ‘불안’에서 시작된 시적 호기심을 ‘궁금함’ 그 자체로 바꿔낸 시간이었다고 했다. “수록시 중에 ‘나는 재미없는 사람이라서 같은 말을 반복해’라는 시구가 있습니다. 제 이야기죠. 등단 초엔 너무 진지하기만 해서 주저하고 실패할까 매번 불안했는데 동인으로 함께 활동하는 이소연 시인을 통해 조금씩 변했어요. 둥글고 넓은 그의 기질을 지켜보며 깊고 좁기만 했던 내 안의 모습을 다시 돌아봤죠. 그 덕에 이젠 실패를 즐기는 ‘낙관적 실패자’를 꿈꾸게 됐어요.”
그에게 시란 어떤 존재일까. “시가 가진 역할은 무모함이고, 시인은 그 무모한 것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사람입니다. 그 무모함을 통해 ‘시는 매우 작은 것이지만 큰 걸 이뤄낼 수도 있구나’라는 확신이 생겼어요. 진짜 시를 쓰는 이유를 찾은 거죠. 그렇게 쓴 시가 제 자신은 물론 읽는 이들에게도 스스로를 지키는 방패이자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는 창이 됐으면 합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2016 한경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된 이서하 시인(28)이 첫 번째 시집 《진짜 같은 마음》(민음사)을 냈다. 18일 서울 합정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 시인은 “시집에 수록한 시 57편에 제 정체성의 근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유년 시절과 가정, 사람들과의 우정이 녹아 있다”고 말했다.
제목인 ‘진짜 같은 마음’은 수록시 ‘꿈에서 꺼낸 매듭’의 시구에서 따왔다. ‘진짜에 가장 가까운 동일한 마음’ 또는 ‘진짜 같지만 진짜는 아닌 마음’이라는 중의적 의미로 읽힌다. 하나의 존재가 지닌 상반된 성질, 하나의 사건에 대한 상반된 해석 사이를 파고드는 시집 전체 분위기를 아우른다. “폭력과 동시에 사랑이 있는 ‘집’, 공포와 함께 그 공포를 이기게 해주는 친구들이 있는 ‘학교’, 외부와 나를 차단하는 벽이자 외부와 나 사이를 연결해주는 ‘문’처럼 제 시엔 상반된 이미지를 가진 시어가 많이 등장해요.”
그는 이런 시어들로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 많은 세상 속에서 ‘사랑’에 대해 묻고 싶었다고 했다. 이 시인은 “사랑이야말로 가장 모순된 감정”이라며 “많은 이들이 사랑으로 인해 가장 큰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고 극단적 편견을 갖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록시 중에는 비유나 묘사가 아니라 마치 어떤 방법론에 대해 설명하거나 소설처럼 서술하는 작품이 많다. 그는 “시로 쓴 소설 같은 느낌이 때론 지루하지만 어떤 순간엔 단숨에 읽히기도 한다”며 “은유나 비유보다는 진술에서 보여지는 문장의 힘을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인식의 도구들’이란 제목의 시를 꼽았다. ‘사실을 말하면 부분은 전부가 된다’는 시구로 시작하는 시다. “시집을 통해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을 가장 포괄적으로 다룬 시예요. 누군가 무언가를 말하면 그것은 부분적 사실일 수 있지만 그게 세상에 나와선 전부가 돼 버려요. 그렇게 오해가 생기고 두려움도 생깁니다. 약자나 소수자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데도, 어떤 여지도 배제한 채 그저 단칼에 단정지으려는 단어들이 가진 폭력성에 대한 두려움이죠.”
등단 후 첫 시집을 낼 때까지 지난 4년은 시인에게 ‘불안’에서 시작된 시적 호기심을 ‘궁금함’ 그 자체로 바꿔낸 시간이었다고 했다. “수록시 중에 ‘나는 재미없는 사람이라서 같은 말을 반복해’라는 시구가 있습니다. 제 이야기죠. 등단 초엔 너무 진지하기만 해서 주저하고 실패할까 매번 불안했는데 동인으로 함께 활동하는 이소연 시인을 통해 조금씩 변했어요. 둥글고 넓은 그의 기질을 지켜보며 깊고 좁기만 했던 내 안의 모습을 다시 돌아봤죠. 그 덕에 이젠 실패를 즐기는 ‘낙관적 실패자’를 꿈꾸게 됐어요.”
그에게 시란 어떤 존재일까. “시가 가진 역할은 무모함이고, 시인은 그 무모한 것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사람입니다. 그 무모함을 통해 ‘시는 매우 작은 것이지만 큰 걸 이뤄낼 수도 있구나’라는 확신이 생겼어요. 진짜 시를 쓰는 이유를 찾은 거죠. 그렇게 쓴 시가 제 자신은 물론 읽는 이들에게도 스스로를 지키는 방패이자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는 창이 됐으면 합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