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파월 "경제 완전 회복되려면 백신 개발 기다려야"
“파월 의장에게 기대할 수 있는 말은 제한적이다. 이미 ‘미 경제 회복을 위해 모든 걸 다 하겠다’고 말했고, ‘경기가 확실히 회복될 때까지 제로금리도 유지하겠다’고 몇 차례 밝혔다. 미 경제가 예상보다 더 엉망인데, 혹시라도 이런 상황에 대해 언급할 경우 오히려 시장엔 마이너스다. 파월 의장이 왜 공개 발언에 나서는지 모르겠다. 불안하다.”

지난주 13일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주최의 웹캐스트 대담을 앞두고 월가의 한 펀드 매니저가 한 말입니다.

실제 지난 13일 아침 9시 파월 의장 발언 전까지 상승하던 다우선물 지수는 대담이 진행되면서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그날 뉴욕 증시는 다우가 2.17% 급락하는 등 큰 폭의 하락세로 마감했습니다.

이번 주에도 파월 의장의 발언은 이어집니다. 세 차례나 공개 석상에 나옵니다.
미 동부시간 17일 밤 오후 7시(한국시간 18일 아침 8시) CBS의 ‘60 Minutes’에 출연하며 19일 상원 증언, 21일 'Fed가 듣는다' 행사에 참석합니다.

파월 의장은 ‘60 Minutes’에서 "경제 회복 과정이 내년 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 “경제가 완전히 회복되려면 백신의 개발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방송은 지난 13일 웹캐스트 대담 직후 녹화된 만큼 당시 발언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19일 상원 증언에서는 새로운 견해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번 주 뉴욕 증시의 가장 큰 변수는 ‘파월 리스크’로 보입니다. 물론 미중 갈등은 상시화된 변수지요. 한국경제TV와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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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1> 미국 일부 주에서 경제 활동이 재개되며 경기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중 갈등과 함께 우울한 경제지표는 불안감을 해소시켜주지 못하고 있는데요. 먼저 지난 주 뉴욕 증시 특징부터 짚어주세요.

말씀하신대로 지난주는 두 가지 테마로 움직였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경제 재개의 경우 파월 Fed 의장이 지난 13일 "경제 전망이 매우 불확실하고, 심각한 하방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회복 속도가 원하는 것만큼 빠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해 투자자 불안을 자극했습니다. 여기에 월가의 유명 투자자인 데이비드 테퍼와 스탠리 드러큰밀러가 잇따라 증시가 역사적 수준으로 고평가됐다고 경고하면서 시장은 주 초중반 수요일까지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을 통해 "부자들이 저렇게 말할 때는 하락에 돈을 걸어놓았다는 걸 알야야한다"고 주의를 촉구할 정도였지요.

불안한 기대 속에 마이너스 금리 가능성까지 제기됐지만, 파월 의장은 “고려하고 있는 정책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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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테마는 미중 갈등이었습니다. 지난 12일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중국에 대해 코로나19 확산 책임을 묻는 법안을 제출했고, 백악관은 연방정부 퇴직연금펀드가 중국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13일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에 대한 수출 금지 행정 명령을 1년 더 연장했고, 14일엔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중국과 모든 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고 위협했습니다. 또 15일 미 상무부는 미국뿐 아니라 해외 기업까지 미국 장비와 기술로 제작된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하려면 승인을 받도록 규제를 강화했습니다. 이에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의 후시진 편집장은 "중국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을 활성화할 것"이라며 애플과 퀄컴, 시스코, 보잉 등의 이름을 들먹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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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 후반인 14, 15일에는 반등이 이뤄졌습니다. 14일은 골드만삭스의 웰스파고 인수설이 나돌아 은행주가 반등을 주도했습니다. 15일엔 4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6.4% 감소하고 4월 산업생산도 11.2% 급감한 것으로 나왔지만, 5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 예비치는 73.7로 전월 71.8보다 상승해 소비 재개에 대한 기대가 커졌습니다.

다만 주 초반 하락폭이 컸던 탓에 다우와 S&P 500 지수는 주간 기준으로 모두 2%대 하락을 기록했습니다. 기술주가 선전한 나스닥은 1.17% 하락했습니다.

주요 지수는 지난 4월말까지는 급반등했지만 5월 들어선 박스권에 갇힌 모습입니다. 경제 재개에 따른 희망이 있지만 반등 속도가 느리거나 코로나바이러스 2차 유행으로 멈춰질 수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미중 갈등도 커지고 있고요.

월가에서는 확실한 경기 회복세가 확인될 때까지 S&P500 지수 기준으로 200일 이동평균선이 자리하는 3000과 200주 이동 이동평균선이 있는 2667 사이에서 등락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경기 반등의 모양이 V자나 U자가 될 지 아니면 나이키의 ‘스우시’ 형태나 L자가 될 지 당분간 관망할 것이란 뜻입니다.

질문2> 워런 버핏은 미국 주식을 팔고, 사우디 국부펀드는 사들이고 있다고요. 이를 현지에서는 어떻게 해석하고 있나요?

지난주 버핏의 벅셔헤서웨이, 사우디 국부펀드 등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분기 보고서를 내고 1분기 말 보유 주식을 신고해 밝혀진 건데요.

버핏은 2008년 금융위기 때 투자해 보유해온 골드만삭스 보유 지분 1200만주 중 1010만주를 정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JP모간 주식도 일부지만 매각했고요. 반면 사우디 국부펀드는 1분기에 77억달러 어치 이상의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버핏은 장기 투자자입니다. 벅셔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애플이 772억달러 규모로 가장 많지만 그 다음은 뱅크오프아메리카로 203억달러, 4위가 아메리칸익스프레스 124억달러, 7위 웰스파고 80억달러 등 포트폴리오 상위 10개 종목 중 5개가 금융주입니다.

벅셔는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터진 뒤 항공주를 전량 매도했습니다. 버핏은 지난 2일 주총에서 이런 사실을 밝히면서 “우리가 뭔가를 매도할 때는 보유 지분 전체를 판다”고 밝혔지요. 이 때문에 금융사 지분을 모두 정리하는 게 아니냐는 추정이 나오는데요.

만약 금융주를 다 정리한다는 건 정말 미국 경제에 대한 희망을 버린다는 게 되겠지요. 미국은 금융산업이 중심인 나라이니까요.

그래서 실적이 부진한 골드만삭스를 정리하는 수준이 아닐까 하는 추정이 많습니다. 골드만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사의 투자 관련 규제가 강화돼 어려움을 겪어왔죠. 그래서 JP모간처럼 소매금융을 키우려고 ‘마커스’란 소비자금융 플랫폼도 만들었지만 ‘돈 먹는 하마’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벅셔는 최근 US뱅코프의 주식 일부도 팔았습니다만, 이는 단일 금융사 지분을 10% 이상 갖게되면 금융사 대주주로서 여러 의무가 생기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 일부 지분을 판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래서 금융주 매각은 항공주처럼 몽땅 다 파는 경우는 아닐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사우디 국부펀드는 단기 투자가 아닐까하는 관측이 나옵니다. 우선 사들인 종목이 씨티그룹, 디즈니, 화이자, 스타벅스, 카니발 크루즈, 시스코, IBM, 토탈, BP, 페이스북 등 굉장히 다양하고 많습니다. 이는 광범위하게 저가 매수를 한 증거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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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사우디 국부펀드의 주인인 사우디는 올해 유가 폭락으로 재정난을 겪고 있어 투자를 늘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이는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국부펀드에서 확인됩니다. 북해 유전에서 거둔 이익을 투자해 자산규모가 1조달러에 달하는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지난 1분기에 370억달러를 회수해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우디의 경우도 올해 재정난으로 국채 발행까지 추진중인 상황이어서 1분기에 매수한 주식을 벌써 팔고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질문3> 실적 발표도 막바지에 이르렀죠. 주요 이벤트까지 종합해 말씀해주시죠.

실업률과 소매판매, 산업생산 등 지난 4월 경제 지표는 사상 최악으로 추락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각주와 유럽 등에서 경제 활동이 조금씩 재개되면서 시장은 4월보다는 미래를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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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발표된 5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가 양호하게 나와 투자자들의 기대를 높였는데요. 21일 시장정보업체 IHS마킷의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발표되는 등 5월 지표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유로존, 일본 등에서도 PMI가 발표됩니다.
주간 실업급여 청구건수는 조금씩 감소하고는 있지만, 이번 주 25일에도 250만건 안팎이 예상됩니다. 5월 지표들이 시장 기대만큼 개선될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지난주 "미국의 경기 회복이 우리가 바라는 것보다 더 느릴 수 있다"고 밝혀 시장에 충격을 줬던 파월 Fed 의장은 이번 주 세 차례 공식 석상에 등장합니다.
오늘 미 동부시간 오후 7시 CBS의 ‘60 Minutes’에 출연하며, 19일 상원 증언, 21일 'Fed가 듣는다' 행사에 참석합니다.
파월 의장은 “60 Minutes”에서 "코로나바이러스의 2차 유행이 없다고 가정하면 올 하반기 경제가 꾸준히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경제가 완전히 회복되려면 백신의 개발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경제는 회복될 것이지만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회복 과정이 내년 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통상 어닝시즌의 마지막은 유통업체가 장식합니다. 19일 월마트와 홈디포, 20일 타겟 등이 실적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1분기 실적뿐 아니라 향후 소비에 대한 이들의 전망에 관심이 쏠립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파월 "경제 완전 회복되려면 백신 개발 기다려야"
오는 19일은 서부텍사스원유(WTI) 6월물의 만기일입니다. 5월물은 만기를 앞두고 마이너스로 떨어져 충격을 줬었습니다. 다만 공급이 감산 등으로 대폭 감소한데다, 경제 재개에 따른 소비 회복 기대로 유가가 3주 연속 반등한 만큼 5월물과 같은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입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 지도 계속 지켜봐야겠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파월 "경제 완전 회복되려면 백신 개발 기다려야"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