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우 직접 출석 "미국 인도 가혹하다" 주장할 듯
법원 "배우자 자녀 돌볼 이 없다" "치료중" 호소에도
범죄인 인도 허가 이력
다만 법조계에선 과거 법원이 “처자식을 돌볼 이가 없다” “건강이 좋지 않다” 등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외국 송환을 결정한 만큼, 이번에도 손씨에 대해 송환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1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형사20부(부장판사 강영수)는 19일 오전10시 손씨에 대한 범죄인인도 청구 사건의 심문기일을 연다. 심문은 공개로 진행된다.
범죄인인도법에선 인도 불허 사유로 △절대적 인도거절 사유에 해당할 경우 △임의적 인도거절 사유에 해당할 경우 △정치적 사건일 경우 등 세 가지를 규정하고 있다. 손씨 사건과 관련해선 ‘임의적 인도거절 사유’를 근거로 그의 송환이 거부될 수 있을지가 주된 쟁점이다.
임의적 인도거절의 구체적 조건으로는 △범죄인이 대한민국 국민인 경우 △인도범죄의 전부 또는 일부가 대한민국 영역에서 범한 것인 경우 △범죄인이 인도범죄 외의 범죄에 관해 대한민국 법원에서 재판이 계속 중인 경우 △인도범죄의 성격과 범죄인이 처한 환경 등에 비춰 범죄인을 인도하는 것이 비인도적(非人道的)이라고 인정되는 경우 등이 있다.
하지만 최근 10년 동안 한국 법원이 임의적 인도거절 사유를 들어 해외 송환을 거절한 사례는 없다. 한국인이 범죄인인도 대상에 오른 적은 많았지만, 그때마다 법원은 “실체적 진실의 발견 및 공정한 형사정의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범죄인을 청구국에 인도해 재판을 받도록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된다”며 인도를 허가했다.
인도범죄 일부가 국내에서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법원은 “중요한 증거들의 상당 부분이 청구국에 있다고 보인다”며 지난해 송환을 승인한 바 있다.
그동안 구구절절한 개인적 사정을 들어 범죄인인도를 거절해달라고 요청한 경우도 없지 않았다. 지난해 A씨는 “(송환이 되면) 배우자와 어린 아들, 고령의 장모님을 돌볼 수 없게 되고 가족과 생이별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2018년 B씨는 “작년에 뇌경맥과 대동막박리로 쓰러져 그 후유증으로 현재까지 치료받고 있는 바, 아직 건강이 회복되지 않았다”고 했다. 2010년 C씨는 “당뇨병과 고혈압 등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데다 80세가 된 노모와 16세인 딸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원은 모두 송환 결정을 내렸다.
손정우씨의 아버지는 앞서 “IMF 때 이혼을 한 후 (아들이) 아픈 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중학교 중태(중퇴)인 아들이 음식문화와 언어가 다른 미국에서 교도소 생활하는 것은 가혹하다” 등의 내용이 담긴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재판부로부터 임의적 인도거절을 받아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그동안의 선례 등을 따져볼 때 손씨의 송환을 결정하는데 크게 영향을 미칠 변수는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손씨의 아버지는 지난 11일 아들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범죄인인도법에 ‘인도범죄에 관해 대한민국 법원에서 재판이 계속 중이거나 재판이 확정된 경우’를 ‘절대적 인도거절 사유’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손씨의 송환이 결정되기 전 그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기소해 재판이 개시된다면 송환이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이란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