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사재기 수요로 한국 라면 수출이 증가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사재기 수요로 한국 라면 수출이 증가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 라면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도 오히려 전화위복을 맞았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국내외에서 라면 사재기 수요가 늘면서 삼양식품과 농심이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깜짝실적)를 거뒀기 때문이다.

18일 오전 10시25분 현재 삼양식품은 전날보다 7500원(6.22%) 오른 12만8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오전 13만3500원까지 오르면서 신고가를 기록했다. 농심도 2.31% 상승 중이며, 장중 34만2000원까지 오르면서 신고가를 경신했다.

두 업체 모두 올해 1분기 깜짝실적을 내면서 2분기 실적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양식품은 1분기 영업이익이 2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 증가했고, 농심의 영업이익은 636억원으로 101.1% 급증했다.

특히, 라면 수출의 성과가 컸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해외 곳곳엔 봉쇄령이 내려졌고, 이에 따른 비축용 수요가 증가하면서 라면 사재기 열풍이 불었다.

삼양식품의 1분기 라면 면류 수출은 전년 대비 46% 증가했다. 삼양식품이 한국 라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3%에서 올해 1분기 49%로 확대됐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쪽 라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 늘었고, 미국 쪽 수출도 100% 이상 증가하면서 성장세가 두드러졌다"며 "동남아시아 유럽 지역으로도 선적 물량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이에 영업이익률도 17%로 4.3%포인트나 상승했다.
농심이 제작한 짜파구리 영국 홍보물(사진=한국경제 DB)
농심이 제작한 짜파구리 영국 홍보물(사진=한국경제 DB)
농심도 중국과 미주 지역을 중심으로 매출이 증가했다. 영화 '기생충'에 나온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의 레시피가 인기를 끌면서 판매량이 늘어나는 효과도 거뒀다.

박은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경우 2~3월 코로나19 영향이 집중되면서 1분기 영업이익이 163% 늘었고, 미국과 캐나다는 3월부터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일본도 코로나 영향과 기생충 효과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134%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2분기에도 라면 수출이 증가하면서 두 업체의 호실적이 기대된다는 관측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라면 잠정 수출액은 1594만달러(약 196억원)로 전년 동월 대비 64.1%(원화 기준) 급증했다. 지난 3월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월별 수출액이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농심은 4월 홍콩 등 중화권 수출 호조로 작년 동월보다 40% 성장한 것으로 추정, 2분기 수출도 20% 증가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수출 고성장에 기인해 국내 법인 영업이익은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5년 만에 1000억원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양식품에 대해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6월 중국 618 쇼핑축제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2분기 라면 수출은 1분기보다 더 크게 증가할 것"이라며 "불닭볶음면의 수출 호조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지속된 부분이 있어,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 성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