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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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트헌터'를 통해 근로조건과 출근 시기 등을 약속했다가 회사가 일방적으로 번복한다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실제로 출근하거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더라도 최종합격을 통보했다면 근로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유환우)는 의류·화장품 수출입회사인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 판정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사는 2018년 2월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마케팅 업무를 담당할 B씨를 소개받았다. A사는 같은 해 3월 B씨와 면접을 진행한 뒤 채용을 결정했고, 헤드헌팅 업체는 B씨에게 '최종합격 및 처우안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전달했다. B씨는 '입사는 6월 1일로 알겠다'며 수락 의사를 표시했다.

하지만 A사는 같은 해 5월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연봉과 채용 시기 등을 변경하려 한다는 의사를 전했다. B씨는 이를 거부했고, A사는 B씨에게 채용 불합격을 통보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를 두고 부당해고라고 판정했고, 이에 불복한 A사가 소송을 냈다.

법원은 "근로계약은 체결에 특정한 형식을 요하지 않는 낙성·불요식의 계약"이라며 "B씨가 A사에 지원해 면접 절차를 거쳤고, A사는 채용 의사를 외부적·객관적으로 통지했으므로 둘 사이에 근로계약이 성립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용자가 근로자의 채용을 내정했는데 아직 근로 제공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사용자에게 해약권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일방적으로 해고사유와 서면 통지 없이 이뤄진 A사의 불합격 통보는 부당해고" 라고 판시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