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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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주식시장을 이끌고 있는 ‘개미 군단’에는 여러 부류가 있다. 그 중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자금을 굴리는 개미들이 있다. 장외파생상품인 차액결제거래(CFD, Contract For Difference)를 활용하는 소위 '왕개미'들이다. 이들은 각각 하나의 헤지펀드와 다름 없다. 라임 펀드가 지렛대로 썼던 총수익스와프(TRS)과 비슷한 방식으로 원금의 900%까지 빚을 내 주식을 살 수 있다. 공매도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다.

이런 CFD 투자는 고위험 투자를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개인 전문투자자에 한해 가능하다. 지난해 11월 개인 전문투자자 문턱이 대폭 낮아지면서 '왕개미'로 변신한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변동성 장세에서 이들이 10배 레버리지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칫 2차 급락장이 찾아오면 반대매매에 따른 '깡통 계좌'가 속출하면서 시장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캘퍼들도 가세…지난달 1兆 규모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문투자자 수는 반년 사이 2배로 급증했다. 전문투자자 진입 요건이 대폭 완화된 시점인 작년 11월20일 3571명(기관투자가 포함 기준)에서 지난달 말 약 7000명으로 늘었다. 새로 등록된 전문투자자는 대부분 CFD 투자에 나서기 위한 개인들로 전해졌다. CFD란 실제로는 투자 상품을 보유하지 않으면서 차후 가격 변동에 따른 차익만 정산하는 장외파생상품이다. 투자자와 증권사가 맺는 일종의 계약이다. 과거 FX마진 거래에서 주로 활용됐다가 주식으로 적용 범위가 넓어졌다.

주식시장에서 왕개미의 움직임은 전혀 감지되지 않는다. 국내 증권사와 연계된 JP모간 CIMB 등과 같은 외국계 증권사가 자체 자금으로 주식을 대신 사주고 차후 정산하는 구조여서다. 삼성전자 같은 우량주는 실제 투자금의 10%만 증거금으로 내면 된다. 삼성전자 1만주(15일 종가 기준 4억7850만원)를 4785만원만으로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주가가 10% 오르면 100% 수익을 보지만 거꾸로 10% 내리면 투자금 전액을 날리게 된다. 증거금률은 투자종목마다 다른데, 삼성전자와 같은 우량 종목일수록 증거금률이 낮다.

그동안 전문투자자에 한해 허용된 CFD는 강남 ‘큰손’의 전유물이었다. 지난해까지 CFD는 연말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로 활용됐다. 연말 ‘큰손’들은 보유주식을 기존 주식을 팔지 않고 CFD 계좌로 잠시 옮겨놓는 식으로 양도차익 과세를 피해갔다.

올 들어 초고위험 성향의 개인 투자자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작년 11월부터 전문투자자의 기본 조건인 금융투자상품 최소 잔액 기준(1년 유지)을 5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대폭 낮췄기 때문이다. 이를 충족하면서 연소득 1억원 이상(부부 합산 1억5000만원 이상)이거나 순자산 5억원 이상인 투자자면 전문투자자 등록이 가능하다. 일부 중산층도 전문투자자 등록이 가능해진 것이다.

레버리지를 활용해 초단타매매를 즐기는 스캘퍼들이 CFD 시장으로 넘어오고 있다. 지난달 CFD 거래금액은 하루 평균 400억원 안팎으로 1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파악된다.

○“연말까지 급성장 …고위험 감내 의문”

연말로 갈수록 CFD 시장은 급격히 커질 것이라는 데 큰 이견이 없다. 한시적인 공매도 금지 조치가 해제되는 오는 9월 중순 이후엔 CFD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CFD는 개인이 손쉽게 공매도에 나설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차입이 쉬운 삼성전자 같은 주식은 수수료를 거의 내지 않고 공매도할 수 있다.

올해 연말부터 양도세 요건이 주식 보유액 10억원 이상에서 3억원 이상으로 대폭 강화된다. 한 증권회사 장외파생상품 담당자는 “연말 세법상 대주주 요건이 대폭 확대되면서 상당수의 개인 투자자들이 CFD 시장에 눈을 돌릴 것”이라며 “CFD 거래 규모는 눈덩이처럼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들도 판을 키우고 있다. 2016년 일찌감치 CFD 서비스를 시작한 교보증권에 이어 지난해 키움증권, 하나금융투자, DB금융투자가 뛰어들었고, 올해는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대형사들까지 속속 나서고 있다.
CFD 시장이 커질수록 시장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급격하게 늘고 있는 전문투자자들이 실제로 CFD의 고위험 레버리지를 감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자칫 코로나19 급락장이 재현되면 ‘깡통계좌’가 속출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지난 3월 급락장에서도 일부 CFD 계좌에서 반대매매가 터져나오면서 변동성이 더 커졌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회사의 한 변호사는 “애초 금융위원회는 사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전문투자자 문턱을 낮췄는데 CFD 시장만 커지고 있다”며 “전문투자자라고 하더라도 개개인의 자산이나 소득 규모에 맞춰서 CFD 증거금율을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