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과 합작한 자회사인 현대케미칼을 통해 2018년 ‘복합석유화학공장(HPC)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원유 정제부산물을 활용해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고 2021년부터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안정적으로 창출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현대케미칼은 충남 서산시 대산 공장 내 50만㎡ 부지에 연간 폴리에틸렌 75만t, 폴리프로필렌 40만t을 생산하는 HPC를 건설할 계획이다. 총 투자 금액은 2조7000억원에 달한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미 고유황 중질유를 휘발유, 항공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는 고도화 설비를 갖추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의 고도화 비율(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중질유를 경질유로 전환하는 능력)은 40%에 달한다. 국내 정유사 가운데 가장 높다. 최근 국제 유가 급락 여파로 국내 정유사들이 모두 1조원대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현대오일뱅크가 상대적으로 적은 5000억원대 영업손실을 낸 이유도 높은 고도화 비율 덕분이다.
현대오일뱅크는 HPC 프로젝트를 통해 중질유를 고부가 석유제품으로 바꾸는 것을 넘어 석유화학 제품 시장에까지 진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18년부터 하루 8만 배럴의 잔사유를 처리할 수 있는 용제추출(SDA) 공정을 가동 중이다. SDA 공정으로 아스팔텐이 없는 기름(DAO)을 생산하고 이를 에틸렌의 생산 원료로 투입할 예정이다. DAO는 또 다른 석유화학제품 원료인 나프타와 비슷한 성질을 가졌지만 가격이 20%가량 저렴하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HPC가 가동하면 같은 생산 규모의 나프타분해설비(NCC)보다 수익성이 커질 것”이라며 “동북아시아 내 110여 개 올레핀 제조 공장 중 수위권에 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