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WHO 총회에 불참했다. 대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WHO에)1년에 4억5000만달러를 주는데 중국은 3800만달러를 준다"며 "수년간 4억5000만달러를 내는데 제대로 대우 받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4억5000만달러를 4000만달러로 끌어내리는걸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WHO가 '중국 편'이라며 자금지원을 중단하고, WHO의 역할과 미국의 자금지원 규모 등에 대한 재평가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세계무역기구(WTO)에서도 대우를 못받고 있는데 중국은 개발도상국 대우를 받고 엄청난 세금 혜택 등을 받는다"며 'WTO에서 중국의 개도국 지위'까지 끄집어냈다.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WHO 총회 연설을 한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은 중국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최소한 한 회원국"이 코로나19 관련 발병을 숨기려 했다고 사실상 중국을 겨냥했다. WHO에 대해서도 세계가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실패했다고 책임론을 제기했다.
시 주석은 앞서 총회 연설에서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통제된뒤, 전 세계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전면 평가하는 방안을 지지한다"며 "이런 작업은 WHO가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당장'이 아니라 코로나19가 통제된 뒤, 서방국가들이 주장하는 '독립 조사'가 아니라 'WHO 주도 조사'를 옹호한 것이다. 시 주석은 이어 국제사회의 코로나19 대응에 향후 2년간 20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존 울리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성명에서 중국의 20억달러 지원을 "주의 분산용"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관련 진실을 은폐하고 위험을 경고해야하는 국제보건 의무를 지키지 못한데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회피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미국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전 세계에 약속한 금액은 102억달러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중국이 '레드라인(한계선)'으로 여기는 '하나의 중국' 원칙까지 흔들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대만의 WHO 총회 참석이 중국의 반대로 무산된데 대해 "WHO의 신뢰를 손상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전날 성명에선 "중국 정부가 홍콩 주재 미 언론인들의 업무 방해를 위해 위협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며 "홍콩의 자치권과 자유를 침해하는 어떤 결정도 ‘일국양제(1국가·2체제)’와 (홍콩)영토 지위에 대한 우리의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