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의 운영자 손정우를 미국으로 송환해야 할 지 여부를 판단하는 법원 심사가 시작됐다. 손정우 측은 이미 한국에서 처벌받은 아동 음란물 혐의에 대해 미국에서 재차 처벌받지 않는다는 내용의 보증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범죄인 인도 대상 범죄인 자금세탁 혐의에 대해서선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주장하기도 했다. 손 씨의 송환 여부는 다음달 16일 결정될 예정이다.

서울고등법원 형사20부 (부장판사 강영수)는 19일 손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청구 심사 첫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손씨는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고 손씨 아버지 등 가족들만 방청석에 나왔다.

손씨는 아동 음란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이미 국내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형을 확정받고 복역을 마쳤다. 손씨는 국내 기소와는 별도로 2018년 미국 연방대배심에 의해 아동 음란물 배포 등 9개 혐의로 기소됐는데 이날 심사 대상에는 이중처벌 금지 원칙에 따라 국내에서 기소되지 않은 자금 세탁 혐의만 올랐다.

검찰은 "손씨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웰컴 투 비디오'에서 아동 청소년 등을 포함한 음란물을 팔고 비트코인을 받았으며, 아버지 계좌 등으로 현금화해 범죄수익을 은닉했다"고 설명했다.

손씨 측은 범죄인 인도법 제 10조에 따라 인도 대상 범죄인 자금 세탁 혐의를 제외한 아동 성착취물 유포 등의 혐의로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보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미국에서 해당 부분에 대해 처벌받지 않는다는 보증서가 없으면 인도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손씨는 대한민국 국민이고 해당 범죄를 우리나라에서 처벌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보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손씨는 미국 경험도 없기 때문에 인종차별이나 미국 교도소 내 부당한 대우 등에 대한 인도적 문제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이전에도 서울고법에서 미국에 범죄인을 인도한 사례는 다수 있다"며 "한미 조약 자체에 인도 범죄 외에는 처벌할 수 없게 돼 있어 보증은 필요하지 않고 의무사항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손 씨의 변호인은 “대한민국 국민이 대한민국에서 벌인 범죄인데 대한민국 법령으로 처벌하는 것 외에 외국에 인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재차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오늘날 범죄는 새로운 특성을 가진 범죄들이 등장한다"며 “손정우와 같이 암호화폐 등을 통해 익명성을 보장받는 범죄가 국경을 넘어 범해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검찰이 애초에 손씨를 기소할 때 증거가 불충분해 범죄수익 은닉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으므로 자금 세탁 혐의는 무죄라는 주장도 펼쳤다. 이에 검찰은 “손정우가 한 비트코인 거래 등은 미국처럼 상당한 추적수법을 동원해서 장기간 하지 않으면 밝혀내기 어렵다”며 “그래서 당시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던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손씨 아버지가 손씨를 범죄수익 은닉법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한 것에 대해선 "수사는 범죄인 인도 거절 사유가 될 수 없다"며 "수사 여부는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6일 한 차례 심문기일을 더 열고 송씨 송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인도심사는 단심제라 불복 절차가 없다. 법원이 인도결정을 내리면 법무부 장관이 이를 승인한 후 한달 내 미국 집행기관이 국내로 들어와 당사자를 데려간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 손씨를 소환해 입장을 들은 후 당일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법정을 찾은 손 씨의 아버지는 취재진과 만나 "착잡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물론 죄는 위중하다"면서도 "어머니 없이 자랐는데 저쪽(미국)으로 보낸다는 게 불쌍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