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공학회 연구 발표회에서 이기형 한양대 교수가 내연기관 자동차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자동차공학회
한국자동차공학회 연구 발표회에서 이기형 한양대 교수가 내연기관 자동차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자동차공학회
"2030년 세계 자동차 판매량에서 순수 내연기관 자동차 비중은 40%, 하이브리드(HEV)를 포함한 내연기관의 비중은 80%에 이를 전망입니다"

한국자동차공학회가 19일 연구 발표회을 열고 내연기관이 향후에도 자동차 시장의 주류로 남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미래자동차 기술 개발의 상생 전략 - 자동차 시장을 주도할 선제적 대응’을 주제로 개최한 자동차 기술 및 정책 개발 로드맵 3단계 연구 발표회에서다. 발표회에는 배충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김민수 서울대 교수, 황성호 성균관대 교수, 박영일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이기형 한양대 교수, 민경덕 서울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이기형 교수는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혔던 내연기관에 기술 선진국들이 다시 주목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 교수는 "유럽, 미국, 일본 등에서 내연기관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다. 전기차 판매 증가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내연기관에 집중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만 현행 내연기관을 그대로 사용하진 않는다. 이 교수는 미래 내연기관의 조건으로 △열 효율 50% 이상 △배출가스 90% 감축 △신재생 연료 사용을 제시했다. 실제로 일본은 내연기관 연소기술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해 초희박 연소엔진 기술을 개발했다. 미국 대기환경청(DOE)은 내연기관 연비 25% 향상, 열효율 55% 달성을 목표로 한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올해 시작했다. 영국과 독일에서도 관련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자동차공학회가 19일 ‘미래자동차 기술 개발의 상생 전략 - 자동차 시장을 주도할 선제적 대응’을 주제로 연구 발표회를 열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한국자동차공학회가 19일 ‘미래자동차 기술 개발의 상생 전략 - 자동차 시장을 주도할 선제적 대응’을 주제로 연구 발표회를 열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이 교수는 내연기관은 초 희박 연소, 자착화 연소 등 미래기술 개발 방향이 명확하며 전기모터가 엔진을 보조하는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방식을 더하면 고효율 저공해 달성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내연기관은 연구개발을 통한 기대효과도 크다. 박영일 교수에 따르면 미 국립 아르곤 연구소는 최근 하이브리드(HEV) 방식의 내연기관 엔진의 연비를 대폭 개선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현행 기술은 운행 상황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이는 등 개선의 여지가 많고, 2045년이면 연비가 2020년 대비 최소 33.4%에서 최대 96.0%까지 향상될 것이라는 게 아르곤 연구소의 분석이다.

미래에도 내연기관 자동차가 건재할 것이라는 분석 근거에는 코로나19 사태도 더해졌다. 배충식 교수(한국자동차공학회 기술정책위원장)는 "세계 각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극복에 재정을 쏟고 있다. 내년에는 대부분 정부가 재정 부족을 겪을 것"이라며 보조금을 통한 전기차 대중화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관측했다. 보조금을 배제할 경우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구매하기는 쉽지 않다. 현대차 코나의 경우 1.6 가솔린 모델 가격은 1867만~2190만원이지만, 전기차 모델 가격은 4690만~4890만원에 달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실업률이 높아지는 상황도 내연기관에 힘을 더해준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부품 수가 전기차보다 많아 고용 유지에 긍정적이며 생산 원가는 동급 전기차의 50~75%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량을 유지하면 대규모 고용 유지도 따라오는 셈이다. 더군다나 수소전기차(FCEV)와 순수전기차(BEV)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해야하는 완성차 제조사 입장에서도 생산원가가 낮은 내연기관 자동차는 놓을 수 없는 캐시카우가 된다.
내연기관 자동차와 전기차의 온실가스 배출량 비교 도표.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내연기관 자동차와 전기차의 온실가스 배출량 비교 도표.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공학회는 환경오염 측면에서도 내연기관 자동차의 단점이 크지 않다고 봤다. 자동차를 운행하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질소산화물 등의 배출가스는 내연기관 자동차가 많지만, 전생애주기분석(LCA) 관점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LCA는 자동차 생산 과정과 연료 생산·공급, 운행과 폐기 등 전 생애주기에서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평가방법이다.

민경덕 교수는 "전기차는 자동차와 연료 생산 과정에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이동거리도 짧다"며 "전기차도 공해물질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학회가 LCA에 따라 국내 시판중인 차량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계산한 결과 내연기관 자동차와 전기차의 차이는 30% 수준에 그쳤다.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석탄과 석유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질소산화물 측면에서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배출량(0.01g/km)이 전기차(0.03g/km)보다 더 적었다.

배충식 교수는 "내연기관이 퇴출 대상으로 지목됐지만, 향후에도 주요 동력원으로 남을 것이기에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며 "청정 에너지 생산과 고효율 동력원 개발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