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운영탓 4년만에 운영중단…"개인비리·기부금 남용은 결코 아냐"
'안성쉼터' 논란에 정의연 "판단 잘못됐다는 비판 수용…죄송"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경기도 안성에 설립한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안성 쉼터)의 부실 운영 논란에 대해 일부 비판을 수용하며 사과했다.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은 1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처음에는 전망을 가지고 안성 쉼터 사업을 추진했지만, 결과적으로 판단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이 같은 비판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사업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고 밝혔다.

한 사무총장은 "처음 판단이 다소 부족했다면, 이후 안성 쉼터 사업을 지속하기가 더 어려운 상황이 벌어졌다"며 "결과적으로 '너희들 바보 같다', '왜 일을 이런 식으로 했냐'라는 비판은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정의연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에 따르면 정의연의 전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2012년 당시 현대중공업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정 기부한 10억원을 활용해 안성 쉼터 대지를 매입하고 이듬해부터 운영했다.

그러나 서울에서 2시간가량 떨어진 안성 쉼터를 이용하는 피해 할머니는 많지 않았고, 2015년 안성 쉼터를 현장 실사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활용도 저조를 이유로 'A'∼'F'(E등급 제외) 5단계 중 C등급으로 평가했다.

또 같은해 이뤄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계 평가에서 안성 쉼터는 각종 서류·영수증 등 회계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나 최하 등급인 F등급을 받기도 했다.

이는 경고성 제재로, F등급을 받으면 2년간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운영하는 분배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2016년 1월 이 같은 평가 결과를 정대협과 기부자인 현대중공업 측에 알리고, 정대협에 시정 권고를 내렸다.

이의가 있을 경우 제기하라고도 했다.

하지만 정대협 측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내린 시정 권고에 별도로 답하지 않았으며, 안성 쉼터 운영을 중단하고 시설을 매각해 지원금을 반환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애초에는 안성 쉼터 사업은 2017년 12월까지 운영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었지만, 그간 시설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은 점과 기부자 의사 등을 확인해 최종적으로 시설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은 "2015년 한일합의 이후 위안부 피해자 관련 운동 정세가 급격히 바뀌었고, 피해 할머니들의 쉼이나 휴식보다 활동 쪽에 방점이 찍혔다"며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측과 협의 끝에 더는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업에 대한 판단에서 잘못이 있었다는 비판은 감내하겠지만, 기부금을 쉽게 생각했다거나 개인 비리를 저질렀다는 등 억측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