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오른쪽 두 번째)이 1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4차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오른쪽 두 번째)이 1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4차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2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채권시장안정펀드의 회사채 매입 대상이 신용등급 ‘AA- 이상’에서 ‘A+ 이상’으로 확대된다. 일반 회사채뿐만 아니라 신용카드 회사와 캐피털 회사 등이 발행하는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도 포함한다. 여전채는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편입도 가능해졌다. P-CBO는 자기신용으로는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기업에 신용보증기금이 보증을 서서 채권 발행을 돕는 제도다.

채권안정펀드 매입 대상 완화

채안펀드, A+ 회사채도 산다…매입대상 확대
금융위원회는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를 열고 채안펀드가 가동을 시작한 지난달 1일 이후 신용등급이 AA-에서 A+로 한 단계 떨어진 기업의 회사채까지 채안펀드 매입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채권업계 관계자는 “금융위 결정으로 채안펀드 운용사들이 보다 수월하게 투자에 나설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21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려고 했지만 채안펀드 운용사들은 수요예측(사전 청약)에서 매수 주문을 내지 않았다. 신용등급은 AA-였지만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이유에서 주문을 꺼렸다. 채안펀드는 신용등급 AA- 이상 채권만 사들일 수 있는데 갑자기 A+로 떨어지면 되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화솔루션 이외에도 녹십자 롯데렌탈 한국항공우주 한화에너지 LG하우시스 SK인천석유화학 등이 AA- 등급이지만 부정적 전망을 달고 있다. 채안펀드 매입 대상 기준이 바뀌면 이들 기업 수혜가 예상된다는 분석이 많다.

채안펀드가 A+ 등급의 여전채까지 사줄 수 있게 되자 신용도가 낮은 캐피털 회사들의 기대도 높아졌다. A+ 등급 여전채는 아예 매입 대상에서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신용등급이 A+인 아주캐피탈은 지난달 채권을 전혀 발행하지 못했다. 지난달 한국캐피탈은 500억원을 3년 만기로 단 한 번 발행하고 말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아주캐피탈이 앞으로 3개월 동안 갚아야 하는 채권은 2600억원에 달한다. 한국캐피탈도 3개월 동안 1450억원어치의 채권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첫발 내딛는 P-CBO

P-CBO 매입 대상도 늘어났다. A-등급과 A등급 여전채도 포함됐다. 신보가 보증을 해주면 그만큼 안정적으로 채권을 찍어낼 수 있다. 한국캐피탈과 애큐온캐피탈, 롯데오토리스 등 A-에서 A등급 사이 회사들의 수혜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난 3월 1차 비상경제회의 등에서 발표된 11조7000억원 규모의 P-CBO는 오는 29일 1조원에 가까운 물량을 발행하며 첫발을 내디딘다. 금융위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기업 23곳의 요청을 받아 509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P-CBO 형태로 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주력산업 및 관련 업종 기업 174곳을 대상으로 한 4277억원어치 P-CBO도 같은 날 발행된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시장 안정화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저신용 기업의 자금 조달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현재 협의 중인 20조원 규모의 회사채·CP 매입기구가 본격 가동되면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40조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운용하는 사무국은 이번주에 산업은행에 설치된다.

김진성/박진우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