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주류 규제개선방안’이 발표되자 주류업계 반응이 엇갈렸다. 수제맥주와 전통주업계는 반색한 반면 와인과 위스키, 보드카, 수입 주류업계는 기대했던 지원 방안이 빠진 것에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맥주·막걸리만 선물 보따리"…와인·위스키 '울상'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주류 규제개선방안’ 브리핑에서 임재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소주, 위스키에 대한 과세 체계를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꾸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주류업계는 맥주와 탁주에 한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과세 체계를 바꾼 것처럼 소주와 위스키, 와인 등 다른 주종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해왔다.

임 실장은 “소주 도수가 20도, 위스키가 40도라고 하면 종량세 적용 시 소주에 붙는 세율이 위스키의 반이 돼야 한다”며 “소주 세율이 지금보다 대폭 올라가거나 위스키 세율이 대폭 낮아지는 것은 국익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결정에 따라 소주, 위스키 등 모든 증류주의 세율을 72%로 통일한 바 있다.

와인, 위스키 등의 수입주류 업체와 일부 주류 도매상도 울상이다. 주류 전용 물류가 아닌 택배를 허용하게 되면 전국 1100여 곳의 종합주류 도매업체의 영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수입량이 점점 늘고 있는 와인업계도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좋은 와인을 더 값싸게 들여올 기회가 사라졌다는 게 이유다. 와인은 수입 과정에서 온도와 습도 등을 통제해야 하는데 현행 주세법으로는 와인의 수입 가격에 운송 물류비까지 세금이 매겨져 고가의 와인일수록 가격이 비싸진다. 한 와인업체 관계자는 “‘혼술’과 ‘홈술족’이 늘며 와인 시장이 연간 2억달러 이상으로 팽창하고 있다”며 “주종별 형평성을 고려해 와인과 위스키 등에도 순차적으로 종량세 적용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제맥주와 전통주 업체들은 올초 세금 완화에 이어 위탁생산과 택배 물류, 시음행사까지 가능해져 반색하고 있다. 대기업 주류 회사들은 공장 가동률이 떨어질 때 일시적으로 소규모 주류 브랜드와 협업해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상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