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원지를 둘러싼 논쟁에서 미국 편에 선 호주를 겨냥해 잇따라 보복 조치를 내놓고 있다. 호주산 소고기 수입을 금지한 데 이어 보리에도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중국 상무부는 19일부터 5년간 호주산 보리를 대상으로 반덤핑 관세(73.6%) 및 반보조금 관세(6.9%)를 매기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상무부는 2018년부터 조사한 결과 호주 측의 덤핑이 있었고 이로 인해 국내 산업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관세가 매겨지면 양국 간 보리 무역은 사실상 중단될 수밖에 없다.

호주는 중국에 가장 많은 보리를 공급하는 국가다. 매년 호주 보리 수출량의 절반 이상인 9억8000만~13억달러(약 1조2000억~1조6000억원)어치가 중국으로 수출된다. 호주는 중국 수출길이 막히면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팔 수 있지만, 중국에 수출할 때보다 제값을 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은 프랑스와 캐나다, 아르헨티나 등으로 수입처를 옮길 수 있다.

중국 관세청은 지난 12일부터 호주 최대 육가공 업체 JBS가 소유한 도축장 두 곳을 포함해 총 네 곳의 도축장에서 가공된 소고기의 수입을 전격 중단했다. 이들 네 곳은 호주의 대(對)중 소고기 수출의 약 35%를 차지하고 있다. 월간 수출액은 2억달러에 달한다. 호주산 소고기의 약 3분의 1이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어 호주 축산업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중국의 조치에 호주는 강력 반발했다. 데이비드 리플프라우드 호주 농림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호주는 중국에 맞서 권리를 지킬 것”이라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심판을 맡기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이 호주의 주요 수출 품목을 겨냥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의 동맹국인 호주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주장하는 ‘코로나 중국 발원설’ ‘코로나 중국 책임론’에 줄곧 동조해왔다. 스콧 모리스 호주 총리는 지난달 21일 코로나19의 기원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서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당시 청징예 호주 주재 중국대사는 “중국 소비자들이 왜 호주산 소고기와 와인을 먹어야 하는지를 고민할 것”이라며 보복 조치를 거론했다.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장은 소셜미디어에 “호주는 중국의 신발 밑에 붙은, 씹던 껌처럼 느껴진다. 항상 소란을 피우므로 가끔 돌을 찾아 문질러줘야 한다”는 노골적인 글을 올리기도 했다.

중국의 수입 금지 조치가 호주산 광물과 와인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은 호주산 철광석의 최대 수입국이기도 하다. 2010년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반중 시인 류샤오보에게 노벨평화상을 주자 중국은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을 중단하기도 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