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세계 TV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한국 기업들이 차지했다. 국내 기업의 세계 TV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이 50%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쟁사들이 고전하는 사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해외 업체와의 격차를 벌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르면 올해 말부터 시작될 포스트 코로나 TV 특수의 주역이 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올 글로벌 TV 판매, 2대 중 1대는 삼성·LG
존재감 사라진 日 업체들

19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은 1분기 세계 TV 시장에서 매출 기준으로 51.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48.5%에서 2.6%포인트 상승했다. 경쟁국인 중국(21.2%)과 일본(14.3%)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 출하량 기준으로도 한국의 시장점유율은 36.1%로 세계 1위였다. 세계에서 팔린 TV 세 대 중 한 대는 한국 기업 제품이란 얘기다.

삼성전자는 매출 기준으로 세계 TV시장의 32.4%를 차지했다. 분기 기준 최대 점유율 기록을 갈아치웠다. 삼성전자는 2006년 소니를 제친 뒤 14년 연속 세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LG전자의 1분기 시장점유율도 18.7%로 전년 동기보다 높아졌다.

중국과 일본 업체들은 매출과 출하량에서 모두 뒷걸음질쳤다. 매출 기준으로 중국(21.2%)과 일본(14.3%)의 시장점유율은 작년 동기보다 쪼그라들었다. 출하량도 급감했다. 1분기 소니, 샤프 등 일본 업체의 출하량(442만 대)은 작년 동기 대비 26.2% 줄어들었다.

창훙, 하이얼, 하이센스, 콘카, 스카이워스, 샤오미 등 주요 중국 업체의 출하량 역시 14.4%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국내 업체의 출하량은 2.6%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중국 생산시설이 셧다운(일시 가동중단)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1분기에 코로나19가 중국에서 가장 심각해 중국 TV 업체들이 받은 타격이 컸고 한국 업체는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며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한 영향이 반영될 2분기에는 한국 업체들도 출하량이 급감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프리미엄·대형 TV 시장 선점 효과

한국 업체들이 선전한 이유는 프리미엄과 대형 TV 시장을 선점한 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분기 2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차지한 비중은 매출 기준 68%였다. 75인치 이상 시장에서는 한국의 존재감이 더 컸다. 두 업체의 매출 점유율이 72.5%나 됐다. 삼성전자가 50.4%로 시장의 절반을 가져갔고 LG전자가 22.1%로 2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2017년 말부터 프리미엄 TV 시장이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제품 종류를 늘려왔다. 소비자층을 세분화하고 타깃에 맞춘 제품들을 내놨다. 65인치부터 98인치까지 다양한 QLED TV 모델을 출시한 이유다. QLED TV는 액정화면(LCD)에 퀀텀닷 필름을 더한 제품이다. 또 화면이 클수록 높은 해상도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8K 제품을 주력으로 앞세웠다. 삼성전자는 세계 8K TV 시장에서 8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프리미엄 전략이 선진국 시장에서 먹혀들었다”며 “특히 북미지역에서 1분기 42.6%의 점유율을 기록해 작년 동기에 비해 점유율을 5%포인트 이상 높였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을 선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1분기 세계 OLED TV 판매량은 62만5100대로 작년 1분기(61만1200대)에 비해 소폭 증가한 반면 LCD TV 판매량은 5117만3300대에서 4587만4400대로 감소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비교적 새로운 기술인 OLED TV가 대중화돼 단가가 떨어지면 시장이 급속하게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심을 모았던 QLED와 OLED 경쟁에서는 승부가 QLED로 기울었다. QLED TV는 매출이 늘었다. 삼성전자는 1분기에 QLED TV를 팔아 20억4900만달러의 매출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10.8%다. OLED TV는 출하량은 소폭 늘었지만 매출이 줄었다. 업체별로는 LG전자가 매출 6억8800만달러, 소니는 2억6900만달러를 기록해 작년 1분기 대비 각각 14.6%, 18.5% 감소했다. 전체 OLED 시장 규모도 12억44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9% 줄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포스트 코로나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산업분석2팀장은 “올해 LCD 패널 가격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세계 시장 1·2위인 삼성과 LG가 2분기에도 시장 지배력을 높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