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오른쪽 첫 번째)이 지난 12일 휴이노 연구개발센터를 찾아 길영준 휴이노 대표(두 번째)에게서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오른쪽 첫 번째)이 지난 12일 휴이노 연구개발센터를 찾아 길영준 휴이노 대표(두 번째)에게서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해 환자를 원격으로 모니터링한 뒤 의사가 진료비를 받는 시대가 열렸다. 국내 디지털헬스케어기업 휴이노가 개발한 스마트워치가 제품 상용화 마지막 단계인 건강보험 시장 진입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휴이노는 메모워치를 활용해 건강보험 진료비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19일 발표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일상생활의 간헐적 심전도 감시’ 의료 항목에 이 기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다.

메모워치는 지난해 3월 국내 최초로 웨어러블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국내 규제 샌드박스 1호 기기이기도 하다. 환자가 이 기기를 차고 주기적으로 심전도를 측정하면 인공지능(AI)이 분석해 이상 신호를 파악한다. 문제가 생겼을 때 의사에게 전송하면 의사는 환자에게 바로 병원을 찾으라고 안내할 수 있다.

지금은 부정맥 환자의 심전도 검사에 비싼 장비를 사용하는 데다 인력과 시간도 많이 필요하다. 환자에게 문제가 생기는 시기가 불규칙하기 때문에 진단 정확도가 떨어진다. 스마트워치는 이런 한계를 줄일 수 있는 데다 정확도도 높다.

메모워치가 건강보험 시장의 문을 열면서 삼성 갤럭시워치 등 심전도 측정 기능을 갖춘 다른 스마트워치 제품이 추가로 건강보험 항목에 등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휴이노 "심장 이상신호 땐 병원 호출"…의사가 환자 비대면 관리
웨어러블 의료기기 첫 건강보험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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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심하게 두근거리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A씨. 심전도 측정 장비인 홀터를 차고 입원 검사를 받았지만 별다른 이상이 확인되지 않았다. 몇 달간 고생하던 A씨는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스마트워치인 ‘메모워치’ 임상에 참여했다. 시계처럼 생긴 기기를 차고 집에서 매일 심장 데이터를 전송했다. 심전도를 측정하는 데 걸린 시간은 30초다. 환자 데이터를 토대로 진단한 병명은 부정맥이었다. 몇 달간의 고생이 며칠 만에 끝이 났다. 휴이노의 메모워치 임상에 참여한 한 환자의 이야기다.
국산 웨어러블 의료기기, 첫 건강보험 적용
휴이노의 메모워치가 건강보험 시장에 진입하면서 국내에서 처음 진료비를 받는 비대면 의료 모니터링 서비스가 등장했다. 제품이 개발된 지 5년 만이다. 원격모니터링 상용화 최종 관문을 통과한 제품이 나왔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혁신 의료기기 개발 문턱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국내 처음 상용화된 비대면 서비스

휴이노의 메모워치는 환자가 시계를 차고 센서에 손가락을 대면 심전도를 측정해주는 기기다. 이를 인공지능(AI)이 분석해 문제가 있으면 의사에게 실시간으로 내용을 전송한다. 의사는 이를 보고 환자에게 “병원을 방문하라”고 안내할 수 있다. 원격 모니터링의 기본 모델이다.

부정맥 환자 검사에 주로 쓰는 홀터 심전도 검사에는 많은 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24시간 한 환자의 심전도를 측정하면 A4용지로만 2880장 분량의 데이터가 나온다. 임상간호사가 이를 일일이 확인하면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에만 1~2시간 걸린다.

휴이노의 메모워치에는 인공신경망을 접목한 소프트웨어 ‘메모AI’가 활용됐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전체 환자 기록 중 1%에 불과한 비정상 신호를 잡아낸다. 부정맥 진단 정확도는 98.8%에 이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메모워치를 ‘일상생활에서의 간헐적 심전도 감시(E6546)’ 항목 코드로 분류했다. 의사가 진료한 뒤 받을 수 있는 진료비는 2만2000원 정도다. 환자가 내는 비용은 없다. 환자를 치료한 의사가 병원에 있는 ‘메모워치’를 대여해주는 방식으로 처방할 수 있다.

제품 개발 5년 만의 결실

길영준 휴이노 대표는 부산대 컴퓨터공학과 겸임교수로 근무하던 2014년 창업했다. 제품 개발은 이듬해인 2015년 끝났다. 스마트워치로 심전도를 재는 첫 모델이다. 애플, 삼성에서 개발한 심전도 측정 스마트워치 모델보다도 빨랐다.

하지만 상용화는 더뎠다. 국내에서는 아직 나온 적 없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지지부진하던 상용화의 첫발을 뗀 것은 지난해 2월이다.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사업 1호로 선정되면서다. 다음달인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메모워치 의료기기 승인을 했다. 보건복지부도 출시에 힘을 실어줬다. 올해 3월 의사가 환자 데이터를 모니터링하다가 병원에 오라고 단순히 안내하는 것은 현행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고 유권해석을 했다. 보험등재를 위해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심사를 모두 거쳤다.

휴이노는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메모워치 실증특례 파일럿 임상을 하고 있다. 100명 환자를 대상으로 한 데이터는 이달 말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환자 치료 결과는 좋다.

임상 책임자인 손호성 고려대 안암병원 부원장은 “부정맥 환자는 두근거리는 증상을 느꼈을 때 원내에서 심전도를 측정하거나 24시간 심전도 검사를 위해 4~5회 방문해야 한다”며 “임상을 통해 기존 검사법 한계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어떤 방식으로 의료비 지출을 줄이며 환자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혁신 의료기기 규제 완화해야”

휴이노는 고가의 심전도 검사 장비가 없는 동네의원에서 메모워치 활용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심전도 장비 가격만 1억원에 달해 이를 설치하지 않는 동네의원이 많기 때문이다.

시계 형태의 메모워치뿐 아니라 몸에 붙이는 메모패치 모델도 상용화할 계획이다. 자체 통신 기능이 있는 메모패치는 유헬스심전기로 분류된다. 국내에서 아직 허가받은 제품이 없다. 올해 여름께 식약처의 허가를 받는 것이 목표다.

길 대표는 “비대면 심전도 모니터링이 보편화하면 부정맥 조기 진단율은 더 높아질 것”이라며 “이로 인해 뇌졸중 등 중증질환으로 발전하는 환자 비율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